세션 2. 특허에 부여되는 독점권의 의의와 한계
특허전문회사 양성화 필요
확보한 특허로 소송 통해 수익추구로 부정적 인식
폐쇄적 시장서 진입 어려워 순기능 활성화 마련해야
특허전문회사 양성화 필요
확보한 특허로 소송 통해 수익추구로 부정적 인식
폐쇄적 시장서 진입 어려워 순기능 활성화 마련해야
우리나라가 과도하게 특허관리전문회사(NPE)를 배척하면서 '갈라파고스식' 특허시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흔히 '특허괴물'로 인식되는 NPE에 대한 한국식 정서를 극복하고 순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법제도 개선과 시장질서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갈라파고스식 특허시장'…특허전문회사 양성화 필요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공동으로 18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제7회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 컨퍼런스 둘째날에는 글로벌 특허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NPE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NPE는 일체의 생산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확보한 특허를 활용해 소송이나 라이선싱(특허사용계약) 등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회사를 뜻한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NPE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 인식과 그에 따른 폐쇄적 특허시장 문화의 폐단이 집중 조명됐다.
정차호 성균관대 교수는 "최근 유럽 특허법원에서는 판사에게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해 특허권 약화로 NPE의 진입 가능성을 감수하는 판결들이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몇 년 안에 NPE가 들어오기 힘든 환경"이라며 "특허권을 남용하는 NPE를 차단하는 즉효약은 마치 암세포를 죽이는 약이 살아 있는 건강한 세포도 함께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면서 암세포를 죽이는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는 등의 처방이 필요한데 가장 현실적인 건 판사의 침해금지 명령에 재량권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민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NPE는 미국의 기술혁신 과정에서 탄생한 산물이며 특허거래 과정에서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며 "한국은 미국과 기술혁신 구조가 다르고, 특허침해 기업이 없는 데다 특허심판 제도도 세계적으로 엄격하다 보니 NPE가 활동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공감했다.
설 판사는 "한국도 NPE 활동이 제한받는 환경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며 "손해배상 청구자들이 대부분 직무발명보상금이나 영업비밀배상을 청구하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이다 보니 특허관리전문회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NPE에 대한 부정적 시스템은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인 특허시장이 원인인데 향후 법원과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NPE 규제…특허정책 왜곡 우려
특허괴물로 인식되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NPE 정서가 특허정책의 왜곡과 특허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창훈 특허법인 아주 변리사는 "우리나라에 NPE가 없는 건 폐쇄적 특허 환경을 엿볼 수 있는 부끄러운 현실"이라며 "대학, 연구소는 특허소송이나 라이선스 협상에 어려움이 많고 대기업도 사내 변호사나 법무팀이 있지만 특허를 수익화하는 경우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사회적 역할과 상충될 수 있는 만큼 NPE의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막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NPE 양성화가 국내 기업들에 대한 특허 압박 수단이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변리사는 "우리나라는 손배배상 입증도 어렵고 시장도 작다보니 악성 NPE가 소송을 남용해 기업들을 압박해 돈을 뜯어내는 건 불가능한 환경"이라며 "지난 10년간 국내 특허사건에서 대형로펌의 배상 인정 규모가 청구액의 10분의 1 수준인데 우리나라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할 NPE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표준특허의 남용을 방지하는 프랜드 조항(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표준특허권자가 특허 사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과 로열티 산정에 대한 각국 법원의 판결 추세도 소개됐다.
특히 지난 2012년 일본 도쿄법원의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침해소송 판결을 사례로 언급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일본 법원의 삼성, 애플 판결은 프랜드 관련 이슈를 이해하 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일본 법원의 판결 취지는 프랜드 로열티를 넘는 배상액을 청구하는 건 권리남용으로 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스즈키 마사부미 나고야대 교수는 "일본 법원은 상표권에 비해 특허권은 권리남용을 더 엄격하게 보고 있다"며 "이는 표준특허에 한해 프랜드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걸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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