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제7회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 컨퍼런스 강연자 인터뷰] 토니 롤린스 영국변리사회 회장 "英 IP산업 경쟁력은 법원서 나와…특허법 통일화에 앞장"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1 16:30

수정 2017.05.21 16:30

英, 독점법 세계최초로 제정.. 최대시장 美 공략에도 강점
각국 특허법 통합 어렵지만 20~30년후에는 가능할 것
지난 17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7회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인 토니 롤린스 영국변리사회(CIPA) 회장이 영국 특허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지난 17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7회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인 토니 롤린스 영국변리사회(CIPA) 회장이 영국 특허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20~30년 후엔 세계 특허제도가 통일될 것이다."

지난 17일 열린 '제7회 국제 지식재산권 및 산업보안 컨퍼런스' 행사 직후 만난 토니 롤린스 영국변리사회(CIPA) 회장의 일성이다. 세계가 통일된 특허제도를 통해 특허판결을 진행한다면 판결의 일관성을 높이고, 높은 수준의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롤린스 회장의 지론이다. 영국은 지식재산 강국으로 꼽힌다.
특허제도의 원형이 된 독점법이 세계 최초로 제정된 곳도 영국(1623년)이었고, 지난해는 글로벌 IP 인덱스에서 특허부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발전을 거듭해온 영국 변리사 업계는 이제 특허제도의 국제적인 통일화에 앞장서 나가고 있어 우리 새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롤린스 회장은 "법원 시스템의 혁신.지적 경쟁력이 영국 IP업계의 핵심 자산"이라며 "산업계와 변리사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문제가 있을 때 영국 정부에 제기를 하고, 정부도 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이 유럽 중에서도 가장 투명한 시스템 갖고 있다는 점도 영국 IP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제법무법인 테일러웨싱이 지난 1월 발표한 글로벌 IP 인덱스에서 영국이 전체 3위, 특허분야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체 IP 측면으로는 19위, 특허 18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은 전체 24위, 특허 10위에 올랐다.

롤린스 회장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영국의 특허.상표 변리사들이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면서 영국 경제에 10억파운드(약 1조4441억원)가량 일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까닭에 대해 묻자 "일단 영국은 미국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답했다. 미국과 언어도 통하고 문화도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영국변리사회는 최근 세계적으로 특허법 통일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특허서류가 표준화돼 행정효율을 높이고, 고객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어느 특정국가에선 특허등록이 되고 다른 나라에서는 되지 않는 상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예측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롤린스 회장은 "특허법 통일화는 절차적으로는 유럽과 미국,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특허법이 이질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해 특히 다른 국가들과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 간의 실체적인 조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별로 특허법이 다르지만 장점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지 빨리 합의를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며 "어렵겠지만 20~30년 이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설립을 앞둔 유럽 통합특허법원(UPC)과 관련해선 어떤 영향이 있을까. 롤린스 회장은 사용자와 변리사 측면에서 나눠 설명했다. 그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법원 시스템이 잘 발달되지 않은 국가에서도 하나의 법원을 통해 판결이 나기 때문에 판결의 일관성을 높이고 높은 수준의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리사 입장에서는 전문성을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롤린스 회장은 "여러 나라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확장할 수 있는 데다 UPC에서는 변리사 단독 대리가 허용되기 때문에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변리사가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IP 커뮤니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장점으로는 '유연성'을 꼽았다. 영국에서는 다음달 8일 조기총선 이후 브렉시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변리사 업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롤린스 회장은 "EU 법이 제약하지 않게 되면서 자율성을 가지고 IP 관련 이슈에 대처가 가능해져 긍정적으로 IP 투자를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변리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롤린스 회장은 "좋은 관계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변리사.변호사들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좋은 평판을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무엇보다 업무 품질이 높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롤린스 회장의 꿈과 목표도 영국 변리사들의 발전방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EU와 영국이 2년간 협상을 하게 됐는데, 영국의 IP업계가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김유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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