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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게임업계 근로관행, 개발자들도 변해야 바뀐다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2 15:35

수정 2017.05.22 15:35

[현장클릭]게임업계 근로관행, 개발자들도 변해야 바뀐다
최근 게임업계 개발자들의 근로행태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넷마블게임즈를 비롯한 일부 게임회사들이 임금이나 퇴직금 등 44억원 가량 체불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근로자들이 야근을 하거나 주말 근무를 하는데 제대로 임금정산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당장 넷마블은 문제가 된 부분을 개선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게 빠진 것 아닌가 싶다. 게임 개발업계의 근로행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병을 제대로 진단해야 치료법을 찾을 수 있는데, 오랫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는데도 감기약만 처방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게임업계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개발자 고용 방식 전반에 걸친 문제를 짚어야 근본적으로 개발자들의 근로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게 게임취재 기자로서 생각이다.

아직 일부 게임회사들은 개발자들을 채용할때 프로젝트 단위로 채용한다. 개발자들이 특정 회사에 직원으로 고용되기 보다는 팀 단위로 특정 프로젝트 별로 회사를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 개발자들의 근무태도나 중간성과를 관리하지 않는다. 근무를 몇시간 했는지도 회사의 관여사항이 아니다.

정해진 기간에 결과물을 내면 된다. 결과물의 질이 근무태도나 근무방식에 대한 평가다.

실제로 게임회사에서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요시한다는 이유로 갑자기 조기퇴근하겠다는 개발자, 오늘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다는 개발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과연 그들은 조기퇴근에 대해서 얼마나 큰 책임을 졌을까. 그들이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면 회사는 그 시간만큼 월급을 주지 않았을까. 꼬박꼬박 월급을 주면서도 약속한 기간에 결과물을 받지 못하는 회사의 속은 얼마나 쓰릴까.

이런 개발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의 일원이라기보다는 프로젝트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발자들이 스스로 회사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성패에 따라 엄청난 성과급(인센티브)를 받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세상에 꺼내놓지도 못하고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최근 게임업계의 일명 '크런치 모드'라는 근무형태가 수면 위로 불거졌다. 게임 출시를 앞두고 개발자들이 휴식도 없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비난이다.

게임 서비스는 24시간 진행된다. 이에 따라 반드시 야근을 해야 하는 근로자도 있고, 밤샘작업을 해야 하는 개발자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 게임업계 개발자들이 너무 과도한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개발자들도 이에 맞춰 근로행태를 바꿔줘야 한다.

"정해진 날짜에 맞춰 결과물을 내면 그만이지, 매일 아침 9시에 회사에 나와 있으라고 강제하는 것은 창의성을 해친다"거나 "나는 밤샘근무 스타일이니 낮에는 회사에 찾지 말아달라"는 등의 행태를 지속한다면 고용노동부가 지적한 근로행태 변화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9시 출근-6시 퇴근이라는 일반적인 룰을 '창작자'인 개발자들에게 모두 적용하는게 맞는지, 그게 맞다면 개발자들은 그 룰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는지, 그것이 개발자들의 창의력을 오히려 떨어뜨리지는 않는지...먼저 따져볼 일이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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