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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휴가 가는 대통령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2 17:14

수정 2017.05.22 17:14

미국 대통령들의 휴가 사랑은 남다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8년 동안 533일을 휴가로 썼다. 한 해 평균 67일로 단연 1위다. 로널드 레이건은 390일, 빌 클린턴은 174일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 해 평균 30여일의 휴가를 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에 7회의 휴가를 다녀왔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웃 나라로 곧잘 휴가를 떠난다. 2013년 4월엔 이탈리아 섬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휴가를 보내다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히기도 했다. 이듬해 1월엔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져 목발 신세를 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휴가 때마다 골프를 친다. 2013년 여름휴가 중 히로시마에서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자 총리관저로 복귀해 조치를 취한 뒤 다시 별장으로 돌아가 골프를 쳤다.

가장 유별난 대통령은 러시아의 푸틴이다. 그는 종종 웃통을 벗어젖힌 채 말을 타거나 사냥하는 사진으로 마초 이미지를 과시해왔다. 2013년 여름휴가 때는 21㎏짜리 강꼬치를 낚은 사진을 자랑하다 조작 시비를 불렀다. 실제 푸틴은 2011년 스킨스쿠버 도중 고대 그리스 도자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가 "얕은 물에 도자기를 미리 갖다놨다"는 공보실의 폭로로 망신을 당한 전과가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여름휴가엔 세 가지 공식이 있다. 시기는 7말8초, 기간은 3~7일, 장소는 군부대 휴양지다. 청와대를 오래 비울 수 없는 데다 경호 때문에 아무데나 갈 수도 없다. 그나마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런저런 이유로 휴가도 제대로 못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3일째인 22일 휴가를 냈다. 21일 경남 양산 사저로 내려갔을 때 북한이 미사일을 쐈지만 복귀하지 않았다.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차유급휴가 평균 사용률은 60.4%에 그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우리는 참 많이 일한다. 쉼표 있는 삶을 국민들에게 드리고 싶다"며 연차휴가 사용 의무화와 대체휴가 확대를 공약으로 내놨다.
이 공약 이행은 문 대통령이 주어진 휴가를 다 쓰면 절로 해결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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