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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인사청문회, 구태 반복은 안된다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2 17:14

수정 2017.05.23 09:17

[차장칼럼] 인사청문회, 구태 반복은 안된다

역대 집권 여당 의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집요한 공세가 이어지면 자주 거론하던 말이 있다.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를 닮아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미국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정책비전과 소신검증에 집중하는데 우리는 헐뜯기와 인신공격에 작은 문제까지 침소봉대로 야당이 정권 흔들기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도덕성 검증 대신 능력과 자질만 검증한다. 상원 인준 과정에서 낙마도 거의 없다. 그러나 시스템은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철저한 사전검증이 작동한다. 우리처럼 대통령이 후보자의 기본자료만 보고 며칠 만에 장관 후보자들을 뚝딱 만들어내지 않는다. FBI 신원조사에서 상원인준까지 후보자 조사기간이 2∼3개월, 채용과 승인 대기도 2개월 등 적어도 6개월이 소요된다. 비리를 가진 어떤 인물도 국가적인 현미경 검증을 빠져나가긴 쉽지 않은 구조다.

적폐청산을 국정 제1과제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의 첫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벌써 일부 후보자는 자녀 국적 문제에 위장전입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서 첫 인사청문회는 더 관심이 간다. 물론 청와대나 대통령이라고 해서 입각할 후보자를 며칠 만에 속속들이 알아낼 방법은 없다. 인사검증 시스템을 통해 기를 쓰고 알아내려 해도 숨겨진 허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과거 정권도 그랬다.

문제는 청문회에 임하는 정권과 집권 여당의 태도였다. 인사 검증에 실패했으면 실책을 인정하고 새 인물을 찾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들은 후보자의 흠결이 야당의 정권 흔들기라고 치부하곤 했다. 야당과의 기싸움에 밀리면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국민과 정권이 바라보는 도덕성 기준의 간극도 언제부터인가 괴리가 커졌다. 장관 후보자들은 다운계약서 작성이나 병역기피 목적의 이중국적, 교수 출신 후보자들의 논문표절 몇 건 정도는 애교가 돼버렸다. 정권이 버티고 후보자가 사과만 하면 그대로 임명됐다.

하지만 마이동풍식으로 여론을 등지면 결과가 어떤지는 역대 정권들의 말로가 보여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때 지지율이 70%대를 넘나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80%대까지 오른 적이 있다. 그런 김 전 대통령이지만 인사문제와 아들 비리까지 겹치면서 30%대로 추락했다. 문재인정부는 이번 청문회가 첫 시험대다.
문 대통령의 진정성도 여기서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눈높이도 높을 것이다.
촛불정국을 거친 뒤라서 더욱 그렇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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