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인터뷰] 김준일 IMF 고문 "정부 역할, 자애로운 어머니像으로 바뀌어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2 17:19

수정 2017.05.22 22:02

분배문제 더 이상 방치해선 안돼
불필요한 규제.정부개입 없애 시장 활성화.복지안전망 구축
김준일 IMF 고문 사진=김범석 기자
김준일 IMF 고문 사진=김범석 기자

"이제는 정부 역할이 '아버지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역할'로 전환해야 합니다."

아버지의 역할이란 기업과 금융을 좌지우지했던 과거 국가주도의 성장모델을 말한다. 반면, 어머니의 모습이란 사회적 약자를 받아주고, 패자를 부활시키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정부 역할을 의미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로 대비되는 정부 역할론은 흡사 미국 공화당 정부와 민주당 정부를 설명할 때 종종 등장하는데 이를 한국적 현실에 비추어보면 '성장일변도의 관치 경제'와 '포용적 성장론' 정도로 대비시켜 볼 수 있다.

금융연구원 주최 포럼 참석차 서울을 찾은 김준일 국제통화기금(IMF) 고문(사진)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이 두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한국의 분배구조 개선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성장과 분배는 상충된 개념이 아닌 하나의 문제죠. 하나의 '패키지'로 놓고 해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해두죠." 과거 '성장이냐, 분배냐'는 식의 지난한 이념갈등은 더 이상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면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지 못하고,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한 사회가 된다면 사회갈등이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결국엔 경제력을 갉아먹게 됩니다."

그가 말하는 대타협이란 불필요한 규제나 과도한 정부개입을 털어내 시장의 제 기능을 활성화시키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안전망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동시에 불필요한 지출이 제거돼야 한다.

'국가재정의 구조조정'은 당면한 과제다. 지금까지와 같이 공무원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자원을 직접 배분하는 방식의 시장개입은 더 이상 통용돼선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관치는 털어내야 할 적폐다. 이는 금융개혁과 정부 재정구조개혁의 첫걸음이다.

또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리스크 관리와 전 세계적인 중앙은행들의 감독권 강화 추세를 볼 때 한국은행의 감독권 부여 문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이론과 실전, 국제감각 3박자를 겸비한 손꼽히는 거시경제전문가다. "합리적이며 유연하다. 그리고 대단히 유쾌하다." 함께 일해본 사람들의 평가다. 한국은행 재직 당시엔 친정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치우침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근혜정부 당시 KDI가 한은 경제전망과 다른 정책방향을 제시할 때면 공개적으로 "KDI가 경제를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IMF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KDI 거시경제팀장과 기획재정부 장관 자문관을 지냈다.
또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의 숨은 주역이기도 하다. IMF 부과장으로 근무 중이던 2011년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겸 첫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어 2012년엔 외부 출신 1호 한은 부총재보로 발탁돼 순혈주의 타파, 외부인사 영입, 파격인사의 전형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재임기간 연간 한은 총재 앞으로 올려지는 수백건의 비공개 보고서들을 외부에 공표하도록 하는 등 일련의 개혁조치들을 단행했으며, 시장과의 소통과 정보공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력>△59세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거시경제팀 팀장 △국제통화기금(IMF)조사국 부과장△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부총재보 △IMF고문(현)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