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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탈원전벨트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4 16:58

수정 2017.05.24 16:58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시류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1953년 미국은 원자력을 전기 에너지 생산에 이용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Atoms for Peace)'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원전이 값싼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함으로써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선전했다. 상업용 원전이 우후죽순 생긴 이유다. 옛 소련은 1954년 6월 세계 최초 원전 오브닌스크를 가동했다. 영국(1956년)과 미국(1957년)도 뒤따랐다.


1970년대 이후는 침체기다. 사고 위험성과 방사성 폐기물 처분, 사용후 원자로 폐기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 경제적이지 않다는 게 드러나서다. 1986년 4월 우크라이나(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내놓지 않는 원전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다시 한번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원전은 청정에너지로 발전비용이 싸다. 반면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다. 안전에는 비용이 따른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원전을 모두 멈추고 화력발전을 돌리느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 유가(두바이유)가 역대 최장기간(216일) 배럴당 100달러를 웃돈 데는 일본도 한몫했다. 원전 가동을 모두 멈추면서 전력 공급이 충분치 않아 산업계도 타격을 입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슬금슬금 원전을 돌리기 시작해 현재 4기가 가동 중이다. 일본은 작년 6년 만에 무역적자를 면했다.

스위스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폐쇄를 결정했다. 중.서부 유럽을 중심으로 탈(脫)원전 벨트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독일은 2020년까지 원전 17기를, 벨기에도 2025년까지 원전 7기 폐쇄를 추진한다.
이들 나라들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이웃 프랑스에서 전력을 수입해 공백을 메운다지만 맘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달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력 생산의 77%에 달하는 원전 의존도를 2025년까지 50%로 낮추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원전 제로 정책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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