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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6조 中企 예산이 중구난방이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4 16:58

수정 2017.05.24 16:58

중앙·지자체서 1347개 사업.. 부 승격 계기로 싹 정비해야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중구난방이다. 23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기 육성 사업 수는 1347개에 달한다. 교육부를 제외한 18개 중앙부처가 288개 사업에 14조2900억원을, 17개 지자체가 1059개 사업에 2조2900억원을 지원한다. 올 예산은 3년째 늘어 16조원을 훌쩍 넘는다. 웬만한 장관급 부처보다 예산 규모가 크다.

이뿐이 아니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예산 또한 대부분 중기로 흘러들어 간다. 작년 일자리 사업은 13개 부처에 57개로 3조원 가까운 예산이 배정됐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중소기업 지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니 들이는 예산에 비해 성과는 저조하다. 일례로 정부의 중기 연구개발(R&D) 예산은 기술개발에만 집중돼 정작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에는 소홀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정부 R&D 예산 지원에 따른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성공률이 96%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4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의 절반이 사장된다는 비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정책자금을 받은 중소기업들이 수익성이 낮은 상태로 정책자금에 기대어 연명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정책자금이 되레 중기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국회는 한 술 더 떠 정부의 지원 효과를 반감시킨다. 규제를 양산해 중기 경영활동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전체 규제 가운데 60%가 중기 관련이라며 중소기업이 지나치게 큰 규제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청을 장관급인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킨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늦었지만 16조원이 넘는 중기 지원 사업을 통합.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생기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퍼주기식 육성 정책을 밀고 나갈 경우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중복사업과 새는 예산은 신속한 칼질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예산만 늘린다면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중추다. 전체 기업 수의 99%, 산업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한다.
중소기업의 건전한 성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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