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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청춘백서] “먹고 자는데 썼더니 남는 게 없어요”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7 09:00

수정 2017.05.27 09:00

청년들, 월세 부담에 허리띠 졸라매고 ‘아등바등’
[新 청춘백서] “먹고 자는데 썼더니 남는 게 없어요”

대한민국에는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야말로 1인 가구가 대세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 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로 27.2%를 차지했다. 이어 2인 가구 26.1%, 3인 가구 21.5%, 4인 가구 18.8%, 5인 가구 이상 6.4% 순이었다.

2010년에 2인 가구가 24.6%로 가장 많았지만, 5년 만에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가 95만 3천 가구(18.3%)로 가장 많았다.
이어 70세 이상이 91만 가구(17.5%), 20대가 88만 7천 가구(17%)였다.

1인 가구는 평균 가구원 수가 줄어들고, 대학이나 일자리 등의 이유로 가족끼리 따로 떨어져 사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1인 가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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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가구, 생활비 중 ‘주거비용’ 가장 큰 부담

1인 가구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생활비 항목은 ‘주거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1인 가구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1인 가구 소비생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항목’에 대해 1순위는 주거비용(37.8%)이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말하는 주거비용은 전·월세 비용과 관리비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이어 식비 29.9%, 금융비가 15.9%를 차지했다.

‘향후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항목’에 대해서도 주거비용(24.9%)이 1순위였다. 집값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월세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1인 가구 10명 중 6명(58.7%)은 소비생활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소형 주택의 공급 확대'를 꼽았다. 다음으로 '소용량 상품의 다양화'(15.7%)라는 응답이 많았다.

1인 가구는 소비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서는 '소용량 상품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53.7%)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소용량 상품의 가격 책정이 불합리하다'(25.7%), '소용량 상품 판매처가 다양하지 않다'(9.8%) 등 순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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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가 생활은 사치”.. 허리띠 졸라매는 속사정

박모(36)씨는 매달 월세를 낼 때마다 속이 쓰리다. 생활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월 45만 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비와 공과금까지 더하면 주거비용에 대략 60만 원 정도 지출한다.

박씨는 “월세를 줄 때마다 너무 비싸고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집을 소유한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피를 빨아먹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이어 “현재 집주인은 원룸 13개를 가지고 있는데 방 하나 당 40만 원씩만 계산해도 월 500만 원의 불로소득을 얻는다”며 “새 정부에서 비상적인 부동산 상황을 제대로 고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지하에 사는 직장인 강모(28)씨는 점심은 주로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저녁은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이나 라면 등으로 대충 때울 때가 많다. 강씨가 식비를 줄이는 이유는 월급의 3분의 1 가량을 월세로 부담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매월 공과금을 포함해 50만 원 정도 월세를 낸다”며 “월세는 줄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식비 등 조절 가능한 항목에서 생활비를 아낀다”고 말했다.

본가가 지방인 강씨는 “원래 서울 집값이 비싼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1~2층도 아니고 5평짜리 반 지하방이 월 40만 원이 넘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 밝혔다. 이어 “반지하이기 때문에 방이 어두워 낮에도 항상 형광등을 켜야 생활이 가능하다”며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아 밖에서 통화할 때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가 생활은 사치”라며 “저축이 힘든 상황에서 언제까지 서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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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 다른 세대보다 월세 부담 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세대(19~29세)가 다른 세대보다 월세를 더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서울시 자치구별 월세 조사 결과 분석’을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세대가 내는 보증금은 평균 1395만 원으로 2778만 원을 내는 비청년 세대보다 낮았다.

그러나 전월세 전환율을 자치구별로 적용해 순수 월세로 환산하면 1㎡당 청년 세대는 2만 2000원을 부담한 반면에 비청년 세대는 1만 7000원을 부담했다. 서대문구는 1㎡당 청년 세대가 2만 7000원을 부담해 1만 원을 내는 비청년 세대보다 최고 2.7배 더 냈다.

청년 세대가 부담하는 월세가 가장 높은 지역은 1㎡당 2만 8000원을 내는 성동구였으며, 중랑구가 1만 2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자치구별 1㎡당 월세 단가는 평균 1만 9000원이었다. 월세 단가는 1㎡당 3만 5000원을 내는 금천구가 가장 높았으며, 양천구와 중랑구는 1만 1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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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인 가구 10명 중 8명 ‘주거 불안정’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0만 원에 사는 김동훈(가명·32)씨는 올해 7월 말에 집 계약이 끝난다. 이번에는 집주인이 얼마를 올려달라고 요구할지 몰라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김씨는 “2년 전에도 집주인이 월세 5만 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정해서 3만 원 올리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3만 원이 집주인에게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1년으로 환산하면 40만 원 정도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청년들이 집 때문에 시름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만 20~34세 청년 1인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10평이 채 되지 않았고, 10명 중 8명은 2년 이내 집을 옮겼다.

지난달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도 주거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면적은 32.9㎡로 파악됐다. 중장년(48.6㎡), 노인(60.2㎡)보다 적고, 1인 가구 평균 주거면적인 48.4㎡보다도 적었다.

청년 1인 가구의 82.0%는 최근 2년 이내 집을 옮겼다. 최근 2년 이내 이사한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에서는 36.9%, 1인 가구는 48.6%라는 점을 비춰볼 때 청년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청년 1인 가구가 한 집에 머무는 평균 거주 기간은 1.3년에 불과했다. 중장년 4.7년, 노인 11.4년에 비해 짧았다. 청년 1인 가구는 '보증금 있는 월세'(56.8%)에 가장 살았으며, 전세 21.8%, 보증금 없는 월세 9.8%, 자가는 6.2%였다.

거주하는 주택 유형을 살펴보면 청년 1인 가구는 원룸(68.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하·반지하·옥탑방은 5.4%, 쪽방은 1.1%였다. 청년 1인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비율은 6.9%로 전체 가구 비율(5.4%)보다 높았다.

청춘들은 비현실적인 집값 때문에 다른 생활비를 아끼며 버티고 있다. 사람답게 살고 싶지만 먹고 자는데 썼더니 남는 게 없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35만 2230원이다. 하지만 이마저 받지 못하는 청춘들도 많다.
집 때문에 신음하는 청춘들과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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