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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다당제가 좋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30 17:05

수정 2017.05.30 17:05

[여의나루] 다당제가 좋다

대의제 국가에서는 국민의 의사가 선거를 통해 정확히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역사상 무수한 정당들이 생겼다가 소멸했는데, 그 실질은 국정의 안정을 모토로 과반수 의석을 주장하는 여당과 이러한 여당을 견제하려는 야당만 존재한 양당제였다. 필자는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여러 정당의 형태로 반영되고, 양당제에서의 극한 대립이 아니라 이념과 정책에 기반한 토론을 통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경쟁적 다당제를 통해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가 5명으로 국민의 선택권이 확대된 것을 계기로 승자독식, 패자절망의 정치풍토를 개선해 다른 정파의 목소리를 겸손하게 경청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는 다당제 형태의 의회 구성이 주된 흐름이다. 독일의 양대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과 사회민주당은 제3의 정당인 자유민주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는 구조로 발전했다.
독일 정치의 안정성은 3당 체제에 힘입었으며, 1980년 녹색당이 등장하고 1983년 연방하원에 진출함으로써 4당 체제로 변화했다. 보수주의 중도우파인 공화당과 사회민주주의 중도좌파인 사회당은 프랑스의 양대 정당이며, 민족주의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 등 여러 정당들이 다당제 구조로 연정을 통해 정권을 잡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정당은 민주당, 북부동맹, 중도연합, 좌파당 등 전통적으로 다당제 구조였고, 이들은 연정에 참여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다당제가 양당제에 비해 정치 불안정성이 크고 연립내각의 경우 정치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나라들이 다당제로 운영되는 것은 국민주권 및 대의제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 국민들의 실질적인 욕구를 더 효율적으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우선 선거구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는 제1당인 보수당의 득표율이 40%대에 불과했는데도 의석은 60%에 달했다. 그리고 제3당인 자유당은 10%의 득표율로 5% 이하밖에 얻지 못했다. 우리의 소선구제는 승자독식의 상대적 우위를 전제로 하기에 사표가 많이 발생해 진정한 민의가 왜곡되기 쉽다. 따라서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해 민의의 반영이 최대한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정당지지율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수를 현행 60석에서 늘려 100석에서 150석 정도가 되어야 한다. 소선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지금도 정당득표에 따른 의석수를 배분하고 있으나 그 수가 너무 적다. 정당 중심의 의회 운영이기에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 더 대의제 민주주의에 충실한 접근이 아닌가 한다. 그동안 제1당과 제2당이 실제 지지도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의석을 배정받는 경향이 있었는데,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아무리 좋은 선거제도가 있더라도 당내 민주주의가 완성돼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각 정당은 추구하는 이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국민은 이에 기초해 투표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민의가 다양한 정당에 투영돼야 정당 중심의 정치가 완성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러 정당의 난립에 봉착하고 다당제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정당들이 많이 존재하면서 사안에 따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기를 바란다. 밥상에 늘 두 가지 반찬만 있는 것보다 다섯 가지 반찬이 있으면 더 살맛 나지 않겠는가.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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