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특별기고] AI시대, 위험에 처한 보험산업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31 17:21

수정 2017.05.31 17:21

[특별기고] AI시대, 위험에 처한 보험산업

"위험을 담보하는 사업이 큰 위험에 처해 있다."

지난 5월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로봇이 위험 비즈니스, 즉 보험을 배우고 있다는 기사를 게시했다. 인공지능(AI)으로 인해 보험회사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험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다. 위험을 다루는 산업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우리의 일상과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 미래를 생각해보자. 운전자의 부주의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등으로 인한 사고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보험회사의 입장에서 사고율이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위험'을 낮출수록 보험회사의 이익에는 파란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보안업체와 인공지능이 보험회사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생명보험과 건강보험 영역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각종 웨어러블과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해 얻은 개인의 건강정보와 라이프스타일을 보험료에 적용하는 상품들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랩터스(Lapetus)는 건강 위험을 분석하는 데 있어 계리적 가정보다 셀카 사진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얼굴 분석을 통해 실제 노화 진행 속도, 체형별 체질량 지수, 흡연 여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성별과 연령을 기본으로 하는 생명보험사들의 전통적인 분석방식보다 더 정교하게 개인별 수명과 건강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맞춤형 위험 분석이 가능한 세상에서 생명보험과 건강보험은 어떻게 진화할까. 보험회사의 경쟁사는 다른 보험회사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최신 분석기법으로 무장한 데이터 분석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업계 최초로 실제 나이가 아닌 건강나이를 기반으로 한 보험상품을 개발한 곳은 보험회사가 아니다. 의료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본의료데이터센터(JMDC)라는 곳이다.

이처럼 보험과 기술혁신의 융합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권 전체에 적용되는 핀테크(FinTech)라는 용어가 있음에도 보험생태계와 관련된 기술혁신은 인슈테크(InsurTech)라는 별도의 용어로 통칭된다. 그럼에도 필자가 만나본 많은 보험회사의 임원들은 인슈테크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어도 당장 자원을 쏟을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외처럼 인슈테크가 성장할 여지가 적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석학들이 지적했듯이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인슈테크로 통칭되는 보험 생태계에 있어서 기술혁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험산업도 변화의 속도에 맞춰 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업도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대규 보험개발원 원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