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할 말은 해야 하는 환경부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31 17:22

수정 2017.05.31 17:22

[차장칼럼] 할 말은 해야 하는 환경부

세계적 침팬지 전문가로 올해 83세인 영국 출신의 제인 구달 박사는 '침팬지의 어머니'로 유명하다. 1950년대 후반부터 일생 대부분을 침팬지 연구에서 독보적 업적을 남겨 얻게 된 수식어다.

그는 '환경운동가'로도 불린다. 52세가 되던 해에 과학자 대신 사회.환경운동가로 직함이 바뀐 뒤 환경 분야에서도 남긴 수많은 업적 때문이다.

인간, 환경, 동물의 공존을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운동도 그중 하나다. 그가 출범시킨 이 운동은 현재 수십만개의 청소년 모임으로 연결된 세계적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구달 박사는 우리나라를 7~8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방한 당시는 이화여대 '경제와 환경' 강연회에서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반성하곤 한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를 막는 데 쓰는 돈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투자다.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는 공존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한국의 경제.환경 정책에 대한 쓴소리로 해석됐다. 그는 강연회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로 500년 된 산림을 파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안타까웠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경제개발이 환경보호보다 우선시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2014년은 이른바 '손톱 밑 가시 제거' 정책이 나라 곳곳에서 본격화되던 시기다. 상수원에 공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입지제한을 풀었으며 케이블카 설치공간을 만들기 위해 산양 서식지를 파괴하기도 했다. 서슬이 퍼렇던 정권의 눈치를 보는 탓에 환경부는 보존보다는 개발에 치중했고, '경제부처 2중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때였다. 수차례 방한하고도 구달 박사의 눈엔 한국이 아직까지 '환경 후진국'으로 보였음 직하다.

4년 가까이 지난 현재 상황이 변하고 있다. 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세먼지 해결을 업무지시 2호로 내리면서 환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곧이어 4대강 정책감사 지시도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환경'과 '환경부'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가고 있다. 화학물질 유해성 평가 담당조직 확대 등 다른 공약 지시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나라의 환경을 책임지는 당사자인 환경부의 분위기는 다르다. 당장 정권교체 후 첫 발표였던 4대강 상시개방에도 환경부다운 계획은 들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농사철 물 부족 우려가 옛 정권에서 높였던 양수장 취수구 때문이라는 것을 숨긴 채 가뭄 핑계만 들었다.
양수장 취수구가 문제라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 수질을 개선토록 하는 것이 환경부 역할인데, 현장에선 여전히 '힘 있는 부처' 눈치만 보는 환경부일 뿐이었다. 강한 환경과 환경부는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겸손하지만 할 말은 하는 환경부가 현 정부와 어울린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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