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청탁금지법, 기업문화도 바꾸길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1 17:25

수정 2017.06.01 17:25

[특별기고] 청탁금지법, 기업문화도 바꾸길

'장미대선'으로 정권의 주인이 바뀐 지 채 한달도 안됐지만 가져온 변화는 실로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탈한 서민행보, 소통과 통합 노력, 참신한 인사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다시 일깨우고 있다.

특히 새 정권이 '최순실 게이트' 등 부패세력에 의한 국정농단의 반작용으로 탄생한 만큼 '적폐 청산'이라는 부패 척결과 청렴문화 정착은 국정지표의 주요한 축이 됐다. 문 대통령의 강한 반부패 의지는 청와대에 '반부패비서관'을 신설한 것에서도 단적으로 읽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부패에 맞선 촛불로 새 정권을 탄생시킨 우리 사회는 거꾸로 반부패에 대한 관심이 무뎌진 느낌이다. 대선 전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공직사회는 물론 학교, 병원, 군대 등에서 가져온 큰 변화들이 언론에 소개됐다.
불평도 적지 않았다. 일부 정부부처와 언론이 나서 밥값 상한선 3만원 때문에 음식점 다 문 닫는다, 선물 5만원 때문에 농어민 다 죽는다, 경조사 10만원 때문에 꽃장사 하는 사람 다 망한다고 난리를 치더니 지금은 이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강한 반부패 의지를 지닌 정권이 들어섰으니 일단 맡겨보자는 걸까.

어쨌든 밥 먹이고 선물 주고 경조사에 돈 보태면서 안되는 일도 되게끔 하던 관행은 청탁금지법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엄밀히 말하면 공직사회에 국한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기본적으로 공무원과 교사,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온전한 청렴사회로 나아가려면 나머지 반쪽, 그중 핵심인 기업의 변화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 중 기업윤리경영 부문에서의 우리나라 순위는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다. 2009년 48위, 2011년 58위, 2013년 79위, 2015년 95위, 그리고 2016년에는 98위까지 하락했다. 100위를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데도 재계는 "윤리경영이란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업 스스로 해야 할 문제이지 정부나 국가에서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래서 얻은 성적이 이 모양인가.

마침 얼마 전 국민권익위원회가 기업이 자체적으로 반부패 활동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담은 '기업 반부패 가이드'라는 것을 내놓았다. 비싼 컨설팅 받을 필요 없이 청탁금지법의 취지에 따라 윤리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준 것이다.

기업의 윤리경영은 실적으로 돌아온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4·4분기 국내 30대 그룹의 영업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48% 늘어난 반면, 기업 접대비는 30% 가까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접대비 감소의 상당부분은 청탁금지법으로 공직자 등에 대한 접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청탁금지법 제24조는 민간인이 업무에 관해 공직자 등에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경우 그 행위자를 벌하는 것 외에 그가 속한 법인이나 단체 또는 사업주 개인에게도 동일한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청탁금지법과 반부패 가이드가 있다.
이의 성실한 실천은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의 품격을 한 단계 더 향상시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줄 것이다.

정운용 사회책임윤리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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