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정규직 전환, 정부가 나서 교통정리를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1 17:26

수정 2017.06.01 17:26

[차장칼럼] 정규직 전환, 정부가 나서 교통정리를

문재인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 추진에 첫 시동을 건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요즘 딜레마에 빠졌다. 대통령 독려와 공사의 전격적인 연내 1만여명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 비정규직 제로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현실적 한계가 만만치 않다.

난제는 협력사들과 남은 계약기간이다. 청소, 보안검색, 경비 등 외주업체와 3~5년간 이미 계약을 한 상태다. 협력사가 고용한 직원들을 공사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이는 곧 업체와 한 외주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이다. 협력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계약 파기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해 줄소송이 불 보듯 뻔하다. 공사 협력사는 올해 신규 계약업체 10여개사를 합쳐 총 50개사가 넘는다. 자칫 소송대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①협력사별 계약 종료시점에 맞춰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②협력사에 남은 계약기간만큼 이윤을 보전하는 방안 ③한날한시에 일괄적으로 협력사들과 계약 해지 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①은 정규직 전환작업 장기화로 추진동력 상실과 형평성 논란 우려가 걸림돌이다. 올해 계약서에 사인한 업체와는 계약기간이 최장 2022년까지다. 정규직 전환대상의 약 20%가 정권 말기로 묶이는 것이고, 2020년 이후로는 절반에 가깝다. 순차적으로 진행해도 정규직 전환시점이 최대 5년까지 차이가 나 직원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②는 비용도 문제이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소지가 다분하다. 남은 계약기간 협력사의 예상이익 산정방법도 난관이다. ③은 협력사 이윤보전을 배제한 것으로, 대승적 결단 아래 협력사와 공사 간 쌍방 합의가 선결조건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정부가 ②의 방안을 공개적으로 허용하거나 ③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원하는 등 개입하지 않으면 공사가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공사는 지난 20여년간 소득 양극화의 진앙지로 지목된 비정규직의 해법을 본격 실행에 옮기는 역사적 시험대에 올라 있다. 과정과 결과에 따라 다른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도 롤모델이 될 첫 단추를 끼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민감한 사안들은 일거에 교통정리할 수 있는 로드맵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공사의 사례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기 위해선 직원들의 상생 마인드도 요구된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이다.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측의 비용부담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고용안정, 임금격차 축소 등 차근차근 체계적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한꺼번에 다 받아내려고 하진 말라".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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