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억울한 옥살이, 보상금 늑장지급시 지연이자도 줘야"..대법 첫 판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4 09:00

수정 2017.06.04 09:00

유사소송 이어질 듯
재심사건 등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으나 국가가 형사보상금을 늦게 지급했다면 늑장 지급에 따른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현행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은 형사재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미결수로 구금당한 날에 비례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연 이자에 관한 지급규정은 없어 논란이 일었다. 이번 확정 판결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오모씨(76) 등 2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지연이자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오씨 등에게 총 4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오씨 등에게 형사보상금의 지급의무를 지체함으로써 각 보상금 지급 청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형사보상금의 법적 성질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국가가 확정된 형사보상금의 지급을 지체하는 경우 지연손해금을 가산해 지급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명문 규정이 없다”면서도 “형사보상금 지급청구권은 국가에 대한 일반 금전채권과 유사해 민법의 이행지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봐야 하고 미지급 형사보상금에 대해 지급 청구일 다음날부터 민사법정이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가산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특히 국가가 형사보상금에 관한 예산 부족을 들어 그 지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전채무자가 자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금전채무의 이행지체를 정당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앞서 오씨 등은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이나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구속 기간 입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법원에서 형사보상금 인용 결정을 받은 뒤 국가에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정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몇 달이 지난 뒤에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국가가 형사보상금을 늦게 지급한만큼 일반 민사소송처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정부는 형사보상법에는 이자 지급과 관련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지연이자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1·2심은 "국가가 보상금을 늦게 지급했다면 원고들에게 지연이자금을 청구할 권리가 발생한다"며 "형사보상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지연이자 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오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