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노동시장, 일본 닮아가나…실업률·임금 상승률 모두 낮은 이유는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4 17:12

수정 2017.06.04 17:12

미국의 실업률이 2001년 5월 이후 16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낮은 실업률 속에서도 임금 상승세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3월, 4월 임금상승률은 하향조정됐다.

2일(이하 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미 신규 일자리는 13만8000개 늘었다. 예상보다 더딘 증가세로 13~14일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실망스런 수준이다.

이 와중에도 실업률은 또 떨어졌다.
4월 4.4%에서 5월 4.3%로 0.1%포인트 낮아졌다. 16년만에 최저수준이다. 신규 고용이 기대만큼 늘지는 않았지만 노동시장 개선 흐름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임금이다. 이처럼 노동시장의 수급이 빠듯하면 기업들이 노동자를 구하는데 애를 먹으면서 임금이 급격히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실업률이 1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임금은 좀체 오르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이전에 추산했던 미 3, 4월 임금 상승률도 실제는 더 낮았던 것으로 나타나 하향조정해야 할 정도였다.

5월 평균 시급은 전년동월비 2.5%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 1년 상승률 가운데 낮은 축에 든다.

지금까지 이 미스테리는 연준을 괴롭혀왔다.

표준적인 설명은 이렇다. 상당히 많은 이들이 일자리 찾기를 포기해 노동시장 주변에 머물고 있고, 따라서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 노동시장에 뛰어들 이들이 널려 있어 실업률이 나타내는 것과 달리 노동시장의 수급이 빠듯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이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노동시장을 기웃거리는 이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더 이상 노동시장으로 뛰어들 이들이 없다는 점은 지난달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했다는 점으로도 입증된다.

실업률은 낮지만 주변부에 머무는 이들도 많아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면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상승세를 타야 한다.

존스홉킨스대 재무경제학연구소(CFE) 공동 책임자인 로버트 바베라 경제학 교수는 실업률 수준만 볼 게 아니라 실업률이 이렇게 낮아지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그 기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업률이 2009년 10월 10%에서 지금의 4.3%로 낮아지기 까지는 7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통상적인 급격한 경기 침체 뒤 급격한 경기회복 패턴이 사라지고 오랜 기간에 걸친 더딘 회복세가 이번 경기순환의 특징이다.

바베라 교수는 경기회복세가 더딘 탓에 기업들은 서둘러 고용을 늘리지도 않았고, 이때문에 임금 상승 역시 없었다고 지적한다.

또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그렇게 일자리가 널려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의 저성장은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지금 노동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노동자들 상당수는 1990년대 호황기를 겪어보지 못한채 2000년 이후의 저성장에 익숙한터라 이런 상황에서는 높은 임금이 뒤따른다는 점에도 낯설다.

WSJ은 미 노동시장이 일본 노동시장이 밟은 길을 따라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의 저성장을 거쳐 최근 성장궤도에 오르면서 실업률이 약 2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노동자들은 선뜻 고임금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또 기업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으로 인해 높은 임금을 주기를 꺼린다.

이는 저성장이 굳어지게 만드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자는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피고용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제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의 주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임금은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낮춰 소비 부진을 부르고, 부진한 소비는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낮은 경제 성장률로 이어질 수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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