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제대로 방향 잡은 정부, 그대로 유지하길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4 16:56

수정 2017.06.04 16:56

[데스크 칼럼] 제대로 방향 잡은 정부, 그대로 유지하길

'뜨거운 감자.' 입에 넣었는데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경우에 많이 사용된다. 현재 중소기업청을 바라보는 정부 주요 부처의 시선을 제대로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인 중소기업청은 문재인정부 들어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인 350만개의 기업 수와 일자리의 88%를 담당하고 있다는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치이고,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밀리는 입장에서 조만간 동등한 입장이 될 상황이 된 것이다.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새 정부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사안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을 제출할 계획이고, 5일 열리는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벤처부 격상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공개적으로 중소기업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김정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성공 여부가 문재인정부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이 새 정부가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느껴지는 분위기는 박근혜정부가 정권 초기 미래창조과학부에 보였던 기대보다 더 큰 듯하다.

이같은 분위기에 중소.중견기업인들은 환영 일색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큰 힘이 생겨 수십년간 이어진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 금방 변화가 생길 듯한 분위기다. 중소기업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산재된 중기벤처 관련 조직과 정책을 넘겨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술지원을 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무역 투자지원을 하고 있는 KOTRA, 기술금융을 지원하는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이관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부 내 상황을 보면 심상치 않다. 정부조직개편안 제출을 앞두고 부처 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따르기는 하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묘수를 찾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덩치가 커진다고 능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지원.육성 업무는 그 분야와 관련된 부처에서 맡는 게 낫다"는 등의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이 같은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 것이다. 수십년간 관리하던 부처를 넘겨주는 일이 쉽겠는가. 그러나 정치논리, 부처논리에 밀리면 당초 계획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경제성장에서 대기업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정부가 방향은 잘 잡았다. 이제 빠른 결정과 과감한 시행으로 앞으로 나갈 일만 남았다. '히든챔피언'이라는 단어는 어찌 보면 아픈 용어다. 독일은 물론 일본에도 한참 뒤처지는 현실을 인지시켜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절호의 기회가 왔다. 기업들은 준비가 됐다.
정부만 제대로 '판'을 깔아준다면 몇 년 후 우리의 히든챔피언 수는 일본, 독일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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