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재인 정부 일자리 대책, 이대론 안된다] 기업 사내유보금 일자리 창출에 쓰도록 정책 뒷받침 필요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4 17:32

수정 2017.06.04 17:32

(상)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
고용없는 성장의 악순환.. 공공 일자리로는 해결 못해
규제완화.인센티브 활용 민간 일자리 창출 독려해야
문재인정부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일 '1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주문했다. 한 발 더 나가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대한 집착,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는 대기업에 고용부담금 부과 검토 등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집권 5년 이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올바른 일자리 창출의 방해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문재인정부 일자리 창출 대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 향후 나갈 방향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대책, 이대론 안된다] 기업 사내유보금 일자리 창출에 쓰도록 정책 뒷받침 필요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확대를 위해 민간에 채찍을 든 모양새다.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일자리 나누기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근이라고 할 수 있는 규제완화나 인센티브 등과 같은 유인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재벌과 대기업에는 일자리 창출을 맡길 수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보유한 사내유보금을 일자리 창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착화된 '고용 없는 성장'

한국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에 허덕이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는 2.6% 성장에 26만개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 1%포인트당 10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전망인 것이다.

지난 2012년에는 한국 경제가 2.3%라는 부진한 성장을 보였으나 43만7000개 일자리를 만들어낸 바 있다. 경제성장률 1%포인트당 19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1%포인트당 약 11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졌던 것과 비교해도 악화된 것이다.

더구나 고용 없는 성장에 따른 일자리 부족은 문재인정부에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경제성장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30만개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 매년 30만명 이상의 청년 구직자가 취업시장으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교육통계연구센터에 따르면 2010~2016년 7년간 4년제 대학 입학자는 해마다 평균 36만925명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당정협의에서 "대한민국은 일자리 없는 성장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정부 경제정책의 수혜 대부분은 재벌과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고용은 늘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일자리에는 무관심?

고용 없는 성장의 대안으로 문재인정부는 81만개의 공공 일자리 확대를 나놨다. 그러나 매년 30만명 이상 발생하는 신규 취업자에 기존 미취업자 및 실직자까지 감당하는 것은 공공의 일자리 확대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대 정부와 달리 문재인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정책도 사실상 공약에서 빠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는 민간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언급하고 방법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시했다. 반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정책인 각종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 기업 설립절차 간소화, 인센티브 제공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기업들은 사내 유보금 규모가 600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재정지출로 공공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기업의 사내유보금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독려가 부족해서인지 올해 기업들은 투자를 축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민간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1%대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조사에서 도출된 R&D투자 증가율 전망치 중 최저다.
대기업은 0.6%의 투자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선 할 수 있는 공공일자리부터 정부가 하겠다는 것이고, 단계적으로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도 나올 것으로 본다"며 "결국에는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나와야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 대기업 성장에 치우친 규제완화나 인센티브 정책이 있었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고 중소기업도 같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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