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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자리 추경 11兆, 허투루 쓰지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5 17:13

수정 2017.06.05 17:13

규제완화 빠져 '반쪽' 우려.. 민원사업 나눠먹기 없어야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원대 추가경정예산안을 5일 국무회의에서 처리했다. 사상 첫 3년 연속 10조원대의 추경이 편성된 셈이다. 전체 추경 중 일자리 확대에 직간접 쓰일 예산은 5조4000억원이다. 과거 실업대책 관련 추경은 있었으나 일자리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나마 국채발행 등 빚을 내지 않고 세수 증가분 등을 활용해 재정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니 다행이다.

지난 1.4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6분기 만에 1%대를 회복했음에도 정부가 이처럼 추경을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 상황이 심각해서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 9.2%를 넘어섰다. 올 4월은 무려 11.2%다. 청년실업자는 사실상 120만명 수준이다. 지난해 최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9.8%나 감소했다. 저소득 취약계층 위주로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이유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 7만여개, 고용서비스와 창업지원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3만여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른바 마중물 효과로 상대적으로 부진한 내수 소비를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럴 경우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은 각각 0.2%포인트씩 올리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내심 3%대 성장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감이 앞선다. 추경이 민간투자나 일자리 유인책보다 공공기관 일자리에 편중된데다 복지 지원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서비스 일자리 2만4000개와 공익형 노인 일자리 3만개 등의 창출 계획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추경을 핑계로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예산을 따내려는 게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이 나올만도 하다.

새 정부가 출범 한달도 안돼 의욕적으로 일자리 추경안을 내놨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추경은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경제는 타이밍이듯이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국회 통과가 빠를수록 좋다. 당.정.청이 야당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야당도 실업의 심각성은 인정하는 만큼 심사는 깐깐히 하되 통과에는 협조하기 바란다. 또 심사과정에서 예전처럼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사업들로 추경이 누더기가 돼서도 곤란하다. 1원도 허투루 쓰지말라는 얘기다.

괜찮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서 노동개혁이나 규제완화 부분은 언급조차 없었다. 이 부분은 국회 통과과정에서 야당과 깊이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재정이 경기 마중물 역할로 일자리가 절로 늘어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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