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커제의 눈물에 맺힌 인류의 미래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5 17:18

수정 2017.06.05 17:18

[기자수첩] 커제의 눈물에 맺힌 인류의 미래

세계 바둑 랭킹 1위 중국 커제 9단이 눈물을 흘렸다.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펼친 대국에서 완패하면서다. 커제 9단은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약 1년 전에도 '알파고 쇼크'가 한국을 강타했다. 당시 이세돌 9단은 1국부터 3국까지 내리 진 뒤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것"이라고 말했다. 패배감에 휩싸인 인류에게 전한 위로 메시지였다.
이후 4국에서 반격에 성공, 알파고에 승리한 '유일한 인간'이 됐다.

일련의 알파고 이슈와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의 '노동력 위기론' 등이 맞물리면서 'AI=일자리 상실'이란 등식이 굳어져가는 듯하다. AI와 로봇이 단순.노무직(블루칼라)은 물론 의사와 변호사 등 고학력.전문직(화이트칼라)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란 위기감이다. 게다가 현재의 초등학생이 사회로 나와 갖게 될 일자리 중 70%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종이 될 것이란 전망은 잿빛으로 다가온다. 정년퇴직을 앞둔 세대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생존 전략'이 없는 까닭이다. 커제 9단이 흘린 눈물에 맺힌 인류의 미래는 이처럼 어두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AI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치열한 경쟁 속에 오늘 하루를 버티기도 어려운 게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이다. 마침 새로 들어선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이때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가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성장전략(소사이어티 5.0)에 정보기술(IT)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사회인 재교육학교' 제도를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학생들을 위한 소프트웨어(SW) 교육과 더불어 직장인 및 은퇴 세대를 위한 재교육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에겐 민관이 약 2년에 걸쳐 마련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이 있다.
여기엔 SW 교육 확대를 통해 미래형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새 정부가 'A부터 Z'까지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총망라하기보다는, 이미 마련된 종합대책을 수정.보완하면서 실제 집행하는 데 정책 역량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이미 많이 늦었기 때문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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