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사법피해자, 공권력에 무너진 삶]

무죄판결 1년간 인터넷에 게재 되지만…신청 까다로워 유명무실

(4) 무죄 받아도 훼손된 명예는 어디서…
법무부 홈페이지서 게재.. 확정후 3년이내 청구 가능 검찰청 직접 방문 등 어려움
실제 게재 年 50건에 그쳐.. 실질적 명예회복이 중요
검찰 등 홍보에도 미온적.. 신문 등 매체 다양화 필수.. 안내문 발송 의무화 필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무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경제적 어려움은 형사보상금으로 일정 부분 메꿀 수 있지만 이미 훼손된 명예는 회복이 힘들다. 재판 과정에서 '범죄자'라고 낙인 찍히면서 직장을 잃는가 하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보상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 명예를 회복하고 사회에 복귀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는 형사보상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명예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홈페이지에 무죄재판서 1년간 게재 가능

6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형사보상및명예회복에관한법률(형사보상법)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무죄재판서 게재 청구제도를 시행 중이다. 무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의 실질적인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다.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무죄재판사건 피고인은 무죄가 확정된 때로부터 3년 이내 무죄재판사건 재판서를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자신을 기소한 검사가 소속된 지방검찰청에 청구할 수 있다. 법무부는 청구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 무죄재판서 전문을 법무부 홈페이지에 1년간 게재해야 한다. 무죄재판서 게재를 원할 경우 청구서에 재판서 등본과 해당 재판의 확정증명서를 첨부해 제출하면 된다. 상속인과 대리인도 청구를 할 수 있다.

무죄판결 공시제도 역시 피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제도다. 재심에서 무죄 선고된 경우나 일반 형사절차 등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 판사가 피고인의 의사를 물어 대법원 홈페이지에 6개월간 무죄 취지를 공시할 수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지역별 각급 법원에서 게시되는 무죄 판결 공고문을 확인할 수 있으며 2016년 10월 기준 총 2894건의 공고문이 게시돼 있다.

■홍보 부족하고 신청 어려워 이용률 저조

문제는 무죄재판서 게재 청구제도나 무죄판결 공시제도 이용률이 낮다는 점이다. 특히 무죄재판서 게재는 2013년 48건, 2014년 50건, 2015년 43건 등 매년 50건 내외에 그치고 있다. 매년 1만~3만명에 이르는 무죄인원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명예회복 제도 이용률이 저조한 것은 우선 신청방법의 어려움이 꼽힌다. 법원이 시행하는 무죄판결 공시제도는 피고인이 별도로 신청할 필요가 없지만 무죄재판서를 게재하기 위해서는 검찰청에 직접 방문, 서면으로 청구해야 한다.

홍보 부족도 주요 원인이다. 법원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재판서 등본, 확정증명서와 함께 형사보상청구 안내문을 송부하고 있으나 무죄재판서 게재에 대한 고지나 통지는 하지 않고 있다. 검찰에는 아예 고지 또는 안내 관련 근거규정이 없어 피고인 스스로 제도를 인지해 청구하는 수밖에 없다.

2012년 이후 지난 5년간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접수된 형사보상제도 관련 민원 77건 중 93.5%가 형사보상금 지연과 관련된 것도 명예회복 제도의 홍보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각 검찰청의 무죄재판서 게재 청구서 비치 저조, 무죄판결 시 제도 안내 부재 등 검찰과 법원의 적극적인 제도 활성화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무죄 피고인의 명예회복 제도를 알리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피고인을 처벌해달라고 기소한 검찰이 무죄판결 사건을 굳이 들춰내며 무리한 기소 또는 부실수사 등 논란의 소지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매체 다양화 및 법적근거 규정 마련 시급

일각에서는 매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아 실질적인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나 대법원 홈페이지로만 한정돼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형사보상법은 형사보상이 결정된 경우에만 결정 요지를 신청인이 선택하는 2종류 이상의 일간신문에 각각 한번씩 공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홍보 부족으로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윤지영 연구원은 "무죄판결과 동시에 각종 명예회복 제도를 알릴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무죄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매체의 다양화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는 무죄재판서 게재 청구 안내문을 송달하도록 법적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나아가 각종 제도를 통합, 일원화시켜 제대로 된 정보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예병정 구자윤 김문희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