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 '반도체 굴기' 뒤엔 한국인 브로커 있었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6 17:18

수정 2017.06.06 22:00

국내 대기업서 퇴임한 '반도체 달인'  중화권에 알짜 노하우 전하고 인재 빼내
中 '반도체 굴기' 뒤엔 한국인 브로커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고위 임원까지 지낸 A씨는 2년 전 대만 모처에 자신의 이름을 딴 반도체업체를 세웠다. 이 회사는 반도체 컨설팅회사로 설립됐지만 중화권 업체의 요청에 따라 국내 반도체 인재를 수급해주는 인력 아웃소싱 전문회사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A씨가 사실상 국내 반도체 인재를 중국으로 빼내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 기업의 조직적 기술 빼가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화장품, 식품 등 기본 생활용품부터 최첨단 정보통신, 반도체, 바이오 부문까지 중국으로 기술유출이 극심하다. 최근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에선 한국 기술자들이 자발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는 중국 기업으로 일자리를 옮기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돕는 한국인까지 나오면서 정부와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한국의 제1 수출산업이라는 점에서 두뇌 유출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수사기관까지 나서 국내 첨단 반도체기술 유출을 막고 있지만 퇴직한 기술자의 재취업까지 막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반도체의 달인'으로 불렸던 A씨는 중화권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의 알짜 노하우를 전수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미 1년6개월 전부터 A씨가 세운 반도체회사가 중국 업체와 손잡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반도체 라인 전반을 깔아본 공정 전문가가 중국 업체들이 노리는 제1 타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태양광·반도체 분야의 제조공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국내 최고 그룹에서 기술대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인정받는 경영자였다. 그러다 그는 지난 2015년 하반기 돌연 대만으로 건너가 반도체회사를 설립하고 현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일선에서 돕고 있다.

이와 관련, 수사기관도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인력 관리 차원에서 A씨가 세운 반도체회사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다만 인재유출을 막을 뚜렷한 대안이 없어 모니터링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기업들이 알아서 인력유출을 방어하는 민간 차원의 현재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국 반도체업체들은 국내 헤드헌터를 통해 전방위적 반도체 인력 수급에 나섰다. 이직 조건으로 국내에서 받던 연봉의 3~10배에다 주택·차량은 물론 자녀 교육 등의 파격적인 복지를 내걸어 국내 인재를 유혹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최대 1조위안(약 165조원)을 투자해 자국산 반도체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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