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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가로막힌 헬스케어업계 해외로 눈돌린다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7 18:05

수정 2017.06.07 18:05

국내 머물다간 기회 놓쳐.. AI와 의료서비스 결합 등 해외선 다양한 시도하는데 한국은 아직 원격진료 금지 ..의료정보 수집도 힘든 상태
차라리 해외서 사업한다.. KT는 아프리카 시장 노크.. 원격의료 인프라 구축 추진 ..SKT, 체외진단기 전문업체와 헬스커넥트 두곳에 지분투자
규제에 가로막힌 헬스케어업계 해외로 눈돌린다

전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미래 최고 유망 사업으로 손꼽히는 헬스케어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기업들 역시 헬스케어를 신성장사업으로 점찍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러 규제가 얽히고 설킨 한국시장에서는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해 시장을 확대해가겠다는게 국내 기업들의 전략이다.

결국 입으로만 규제완화 약속을 거듭하고 있는 정부의 더딘 규제개선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통신인프라와 단말기를 가진 안방시장을 활용하지 못한채 낯선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한국기업들, 해외에서 헬스케어 시장 일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보통신(ICT)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지난달 KT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르완다에서 열리는 국제ICT 컨퍼런스에 전시하고 아프리카에서 원격의료 인프라 구축 등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르완다 키갈리 국립대학병원과 디지털 헬스케어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한 바 있다.

올초에는 호주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M3DICINE(메디슨)과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KT가 보유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에 메디슨의 모바일 청진기를 연동해 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나노엔텍과 헬스커넥트 두 곳에 지분을 투자해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나노엔텍은 체외진단기 전문업체로 올해 'FREND 비타민D' 제품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은 후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기술을 이미 갖추고도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에 얽혀 해외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갤럭시S8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갤럭시S8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습관.운동량 등을 측정해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전문의와 화상으로 연결해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러나 동일한 갤럭시S8을 통해 국내에서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이 국내에서는 규제문제로 의료적 진단 및 피드백 프로그램이 포함되지 않는 반쪽짜리 헬스케어 상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반면 해외에서 헬스케어 영역을 확대해 원격의료를 비롯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해외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해외시장으로 발을 돌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때문에 한국인들, 서비스 기회도 놓치고 연관산업 성장기회도 잃어

해외에서는 이미 유전자 기술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의료서비스와 결합하는 다양한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같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관련 법이 없다 보니 의사가 화상통화나 전화, 문자 등으로 진단이나 처방, 상담 등을 환자에게 직접 할 수 없다. 또 의료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대규모로 수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신사업 5개 분야7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신산업 규제 애로 실태조사' 실시한 결과 최근 1년 규제 때문에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바이오.헬스분야 기업의 43.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사업차질 유형으로는 '사업지연'이 60.7%나 됐으며, '사업 진행중 중단.보류(39.3%)', '불필요한 비용발생(28.6%)'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규제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비단 해당기업 뿐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는 셈이고, 연관된 서비스나 단말기 산업도 성장 기회를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다양한 산업과 기술이 연결될 수 있어 산업간 연계효과가 크고 고용창출 효과도 높은 유망 산업"이라면서 "일본도 지난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전면허용했고 독일도 원격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체계를 만들고 있는 등 세계 각국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도 하루빨리 규제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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