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리인상" vs. "채권축소" ECB, 출구전략 순서 갈등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7 18:11

수정 2017.06.07 18:11

기존 QE축소 후 금리인상.. 집행이사회 정책 결정따라 환율시장 출렁거릴 수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출구전략을 놓고 ECB 안팎에서 그 순서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그랬던 것처럼 우선 채권매입 프로그램인 양적완화(QE)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매입을 끝낸 뒤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냐, 아니면 마이너스(-) 금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게 우선이냐를 놓고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ECB는 이전에는 연준처럼 'QE 축소→금리인상' 순서를 출구전략의 기본틀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매달 600억유로(약 75조원) 규모로 사들이고 있는 채권 매입 규모를 서서히 줄여 매입을 멈춘 뒤 정책금리인 단기 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시사해왔다.

그러나 최근 출구전략 순서에 대한 내부의 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2014년 이후 마이너스 상태인 금리를 올리는게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ECB 고위 관계자들은 3월 회의에서 선 금리인상으로 금리를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끌어올린 뒤 채권매입을 끝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피터 프리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다른 고위 관계자들은 연준의 출구전략 순서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단기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채권매입 프로그램은 장기 금리에 영향을 준다. 3월 회의에서 ECB가 선 금리인상 얘기를 꺼내자 시장에선 유로가 급등하는 대신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국채 가격이 급락한 바 있다.

7~8일 에스토니아에서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가 예정돼 있는 ECB가 이날 어떤 정책 방향을 예고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또 한 번 출렁거릴 수 있다.

금리부터 끌어올릴지, 채권매입부터 줄여나갈지는 우선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한다.

전체 기업대출의 20%를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유로존의 경우 기업대출의 80%가 은행 몫이다. 은행 수익성이 악화하면 기업 돈줄이 말라버리게 된다.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ECB 평가는 우려에서 낙관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하면 기업대출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지금은 이는 기우였다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죽는 소리를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는게 ECB 판단이다. 유로존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4월 전년동월비 2.4% 증가해 약 8년만에 최대를 기록했고, 은행업종 주가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40% 가까이 상승했다.


마이너스 금리보다는 채권매입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는게 맞다는 지적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특히 독일이 QE 축소를 강력히 외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과 미디어는 마이너스 금리를 벌금이라는 뜻의 '스트라프친젠(Strafzinsen)'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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