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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미세먼지 대책의 시작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08 17:26

수정 2017.06.08 17:26

[특별기고] 미세먼지 대책의 시작

시민 3000명과 지자체의 직접소통. 지난 5월 27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던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다. 주제는 시민들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일상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건강을 안건으로 시민들이 나와 박원순 서울시장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만으로도 새로운 시도였다.

참가자들은 토론회가 있기 전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사전 인식조사(코리아스픽스 주관, 5월 11~20일)에도 참여했다. 그 결과 △대중교통과 친환경 이동수단 활성화 △도심 내 미세먼지 배출시설 원천대응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친환경에너지 대체 △도심의 생태공원화 △분진흡입차량 확충 △미세먼지 원인 규명과 예보 적중률 제고 △미세먼지 저감 시민참여활동 △시민 개인의 대응력 강화 △중국 등과 국가 간 기후 대화채널 확보라는 9가지 주요 쟁점을 도출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각 참가자에게는 90초씩 발언 기회가 주어졌고, 의견은 본부로 전달돼 카테고리별로 분류됐다.
그렇게 총 2080개의 아이디어가 부문별로 정리됐다.

마지막 순서는 모바일 투표였다. 각 질문에 대한 찬반 의견이 그래프로 표시됐다. 시민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 숙의민주주의, 여기에 현대 기술까지 결합된 전자민주주의적 요소까지 녹아들어 있었다. 시민 참여로 정책의 방향은 물론 세부 내용까지 형성되는 절차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4가지 질문 중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것은 '환경가치가 시민의 편익보다 우선할 수 있느냐'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83.4%나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특히 매우 찬성한다는 쪽이 57.2%나 됐다. 일부러 주말에 시간을 내 미세먼지 토론회에 나온 참가자들의 생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환경적 가치에 무게를 두겠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해도 매우 높은 수치였다.

박 시장은 토론회 결과를 확인한 직후 곧바로 시민들을 위한 미세먼지 정책을 발표했다. 미세먼지를 재난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최우선적으로 학교에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 밖에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적용하고 차량 2부제를 추진하며 공해차량은 서울 도심 지역 운행을 제한키로 했다. 박 시장이 자신 있게 즉석에서 정책 발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지지 덕분이다.

박 시장은 차량 2부제를 강제로 실시할 수 없으나 이를 권장하기 위해 2부제 시행 시 대중교통 무료 이용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루만 무료 운행해도 서울시는 36억원이나 손해를 보지만 과감한 약속을 내걸 수 있었다. 그리고 시민들은 자신의 뜻이 정책이 되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박 시장의 미세먼지 정책공약은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의 지지 속에 국가정책의 진화를 촉구했다. 시 소유 공공주차장의 영업 중단과 대중교통 무료운행이라는 자기 권한 내의 선도적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런 상황은 시와 정부의 공조효과를 불러오리라 기대한다. 중앙정부가 강력한 미세먼지 정책을 세울 명분을 서울시와 시민이 만들어준 것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주제로 시민이 자신의 생활을 바꿀 '삶을 위한 정책'의 입안자로 나설 기회가 늘어나길 기대한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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