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벨기에 경제사절단에 거는 기대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1 17:08

수정 2017.06.11 17:08

[특별기고] 벨기에 경제사절단에 거는 기대

벨기에 국왕의 동생인 아스트리드 공주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10~17일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벨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국과 가깝다. 고디바 등 벨기에산 초콜릿은 널리 알려져 있고 특히 길리안 초콜릿은 우리 기업이 인수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한국의 고급음식점에서는 벨기에산 삼겹살을 내놓고 있으며, 당구 좀 쳐본 사람이라면 벨기에 당구공의 우수함을 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벨기에는 1901년 수교 이래 한국이 어려움을 겪을 때의 친구였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 수립과 동시에 가장 먼저 승인한 국가 중 하나가 벨기에다.
1998년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을 때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투자조사단을 한국에 보냈다. 벨기에는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2선지원 국가 중 하나로 참여했다.

6·25전쟁 때는 한국을 돕기 위해 파병했다. 벨기에 자신도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복구하던 시점이었다. 모로 드 멜렝 당시 국방장관은 참전을 강력히 주장했으며 국방장관 사임 후에는 소령으로 입대, 직접 참전을 했다. 보병 1개대대를 파견한 벨기에는 약 3500명의 군인이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106명이 산화했다.

한 벨기에 기업인은 한국과 벨기에는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자신보다 강력한 경쟁국들이 주위에 있다는 점이다. 국토가 상대적으로 좁다는 단점을 외국 파트너와의 협력을 활성화하는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양국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벨기에 보병대대의 구호는 '벨기에인도 할 수 있다'였으며, 이들은 6·25전쟁에서 자신들이 지키던 지역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한국과 벨기에는 서로 강점이 있는 화학·의약.물류.ICT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배터리, 연료절감형 타이어 등 첨단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벨기에의 대한국 투자 누적액은 37억달러로 작년 양국 간 교역액인 35억달러를 상회한다. 솔베이, 유미코어 등이 벨기에의 대한국 투자를 이끌고 있는데 이들 기업대표도 아스트리드 공주와 함께 방한했다. 일자리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중소기업 간 협력에도 벨기에는 관심이 크다.

한국과 벨기에 간 문화적 유대도 강하다. 벨기에 만화 '땡땡'과 '스머프', 벨기에 출신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 장 클로드 반담은 한국에서도 친숙하다. 벨기에의 겐트대학교는 유럽 대학 중 처음으로 인천에 글로벌 캠퍼스를 개설했다. 올해는 한국이 벨기에 민속문화축제의 주빈국으로 선정돼 오는 9월 16~17일 브뤼셀의 최고중심지인 '그랑플라스'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랑플라스는 벨기에의 상징인 오줌싸개 동상 인근에 있다.

벨기에 왕족이 이끄는 경제사절단의 방한은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이정표가 되어왔다. 필립 국왕도 왕세자 시절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두 차례 한국을 찾았다. 아스트리드는 '천상의 아름다움'이라는 의미이다. 아스트리드 공주가 이끄는 경제사절단은 역대 최대급이다.
100여개 기업, 258명이 참여했다. 레인더스 부총리 겸 외교장관 등 벨기에 연방정부와 브뤼셀, 왈로니아, 플랑드르 등 3개 지방정부 및 투자기관이 참가한다.
아스트리드 공주가 이끄는 벨기에 경제사절단의 방한이 양국 관계 발전에 '천상의 아름다움'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한다.

김형진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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