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전지전능한 후보자는 없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2 17:10

수정 2017.06.12 22:43

[특별기고] 전지전능한 후보자는 없다

주제네바 대사를 하면서 북한인권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인권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표를 자주 만났다. 2014년 8월 말 그의 퇴임을 앞두고 마련한 만찬에서 필레이 대표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술회했다. "강 사무차장보는 현장을 뛰면서 전 세계의 인권 문제를 다뤘고 조직과 인사관리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그는 나의 대리인(My Deputy)이 아니라 인권부대표(The Deputy) 그 자체였다." 최고의 찬사였다.

강 후보자의 외교장관 지명은 파격적이다.
비고시 출신이고 외교부와 유엔의 요직을 섭렵한 여성으로,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으로 관심을 모았다. 반면 양자외교 경험이 적어 한반도 현안을 풀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공존한다.

하지만 강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외교부 동료로 내가 겪었던 그녀는 굉장한 노력파로서 애국심과 직업정신이 투철했다. 탁월한 영어 실력은 물론 소관 이슈에 정통하고,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국제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소탈한 성격에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서 소통의 리더십을 실천했다. 국회 청문 과정이 본질적 능력 검증에 적은 시간을 할애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제평화, 개발 및 인권보호를 모토로 하는 유엔도 사람이 만든 조직이다. 정책 개발과 집행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방대한 유엔조직 내의 정책조정은 물론 예산.인력 관리는 복마전에 비유된다. 강 후보자가 제네바 근무 후 사무차장보로 발령받은 유엔본부의 인도지원조정국(OCHA)은 이런 소용돌이의 중심이었다. 6000만명에 이르는 난민과 무국적자를 보호하기 위해 유관 국제기구들과 끝없는 조정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제네바와 뉴욕에 주재하는 유엔대사들은 강 후보자의 능력과 현장 중심의 광폭 행보에 열광했다. 구테레즈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강 후보자를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사람 선택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였지만 강 후보의 역량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장관 후보자가 전지전능할 수는 없다. 역대 외교수장도 빛과 그림자를 드러냈다. 강 후보가 외교부 및 국제기구 고위직을 거치면서 쌓은 국제 경험과 네트워크는 전례없는 자산이다. 그 기반 위에 강한 외교 인프라가 뒷받침되면 어떤 도전도 헤쳐 나갈 것이다.

격변하는 주변정세에 외교현안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외교수장 임명이 시급하다.
후보자가 허물을 인정하고 사과했음에도 파행을 거듭하는 청문절차를 지켜보면서 좌절한다. 우리 주도로 산적한 외교현안을 헤쳐갈 수 있도록 국회가 한국 최초의 여성 외교장관에게 은빛 날개를 달아주기를 고대한다.


최석영 서울대 교수 前 주제네바 대사※외부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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