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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국가가 도와준다고 애를 낳을까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2 17:10

수정 2017.06.12 17:10

[fn논단] 국가가 도와준다고 애를 낳을까요?

인구 늘리기 방책으로 여태까지 주로 다루어온 내용은 정부지원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들어보면 정부가 뭘 해준다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소신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들 한다. 한마디로 국가지원이 많다고 아이를 더 낳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보기로 한다.

결혼에 대해 시큰둥하거나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이 하도 많길래 20대 후반인 우리 집 딸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결혼들을 왜 싫어하는 거야?" 그랬더니 "결혼을 무슨 숙제 하듯이 하기는 싫다"는 말부터 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도 자기 주변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려 몇 마디 첨언을 해주었다. 결혼을 인생의 당연한 한 과정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확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또 아주 없는 것도 아니며 요컨대 결혼에 관한 한 다양한 유형이 혼재하는 것이 요즘 청춘이란다.

돌이켜 보면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우리 세대들은 결혼 자체는 이른바 상수(常數)로 여겼기에 사람이 적당하면 다들 결혼을 했던 것 같다. 그랬는데 그 공식이 바뀌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결혼은 그때 가서 하든 안 하든 선택을 하겠다'는 식으로 달라져버린 것이다. 지상의 절대적인 존재인 나(我)의 내적·자발적 욕구가 수반되지 않는 일을,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관습존중의 정신으로 하는 것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돼버린 것이다. 인류사의 긴 흐름에서 볼 때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자유와 개인주의의 개념이 바야흐로 꽃을 피우니 대한민국 청춘남녀의 결혼도 마냥 늦춰지고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 청춘들의 삶은 또 얼마나 고단한가. 도대체 취업이 안 되는 세대가 이들이다. 취업을 해도 이렇다 할 안정성이 없는 일자리는 또 얼마나 많은지. 자신을 위한 투자를 포기해가며 가족을 지킨다는 개념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이들에게 결혼은 그래서 그림의 떡일 뿐인 것이다. 최근 정부의 출산정책이 자녀 양육지원을 넘어 청년일자리정책과 주거지원으로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렇게 사랑의 공식도 변하고 살기도 힘들어지면서 만혼화의 경향이 날로 심각해지니 어느 중년모임을 가든 시집 장가 안 간 다 큰 자식들 이야기가 단골 화제다. 그러나 부모세대가 아무리 재촉을 해본들 자녀들의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길이 없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사랑과 연애에 대한 관심마저 다 죽어버렸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필자의 답은 이렇다. 젊은이들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변하자! 사랑이나 결혼 앞에서 망설이는 젊은이들을 정서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힘껏 도와주는 쪽으로 말이다.
사실 정부의 정책은 아이를 낳은 이후를 주로 대상으로 삼으니 결혼이든 출산이든 그 엄두가 나게 하는 일은 우선 가정에서부터 협조하자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기성세대들은 안다.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보람된 일은 자식을 키우며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일이라는 것을. 그러니 우리 이제는 양육의 보람을 자식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해보자. '양육보람 캠페인'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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