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규제개혁, 김동연을 믿는다

파킨슨의 법칙대로 정부 예산이나 조직은 계속 늘어나는 속성이 있다. 정부 규제도 마찬가지다. 1998년부터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규제를 없애려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이명박정부는 전남 목포 대불산단의 전봇대를 뽑는 것으로 시작했고, 박근혜정부는 "손톱 밑의 가시, 암덩어리인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규제는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어렵다. 규제가 만들어지는 순간 반사이익을 보는 기득권층이 형성되고, 이를 다시 되돌리려면 사회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의 직.간접 저항도 큰 이유다. 정부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규제 수가 2014년 3월 1만5300건에서 올해 4만여건으로 늘어난 이유다.

규제개혁은 재정지출 없이도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최선의 정책이다. 경쟁을 촉진해 산업 생태계도 맑게 해준다. 화장품 제조 원료를 특정 원료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자 생산액이 27%, 고용이 32% 늘어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년 논란 끝에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메기효과도 돋보인다. 기존 은행들은 대출이자율을 내리고 예금이자를 더 준다. 비싼 해외송금수수료도 낮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일자리 만들기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 그러려면 기업의 투자 물꼬를 터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간다. 새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 공무원을 늘리면 예산과 규제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비정규직 부담금 등 기업 경영을 옥죄는 정책만 난무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규제를 확 풀겠다는 공약은 창고 깊숙이 넣어둔 모양이다.

그래서 새 정부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김 부총리는 지난주 인사청문회에서 문 대통령 경제정책인 J노믹스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도 경제의 난제를 푸는 데 중요한 채널이지만 궁극적인 접근은 혁신성장"이라고 말했다. 혁신성장은 규제개혁, 유망 서비스업 육성, 기술혁신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21일 부총리로 내정될 때도 "당장 눈에 보이는 해법보다는 볼링핀 뒤에 숨어 있는 '킹핀'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킹핀이 바로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모순이며 핀을 쓰러뜨리는 방법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혁신과 규제개혁은 김 부총리의 오랜 소신이다. 2014년 3월엔 박근혜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맡아 규제비용총량제(원 인, 원 아웃) 도입에 산파역을 했다. 당시 김 부총리는 "원래 열려 있던 문을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닫아 놓은 게 규제다. 그런데 공무원이 원래 닫힌 문이라 생각한다. 이 틀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규제개혁의 핵심은 공직자의 의식변화라는 얘기다. 그는 "기업들도 규제가 풀리면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규제개혁이 성공한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현재 장관 후보자 대부분이 의원 출신이거나 캠프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가 혁신성장이라는 소신을 제대로 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 두 토끼를 잡을 솔로몬의 지혜가 나와야 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