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제 통화로 가는 위안화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4 19:40

수정 2017.06.14 19:40

ECB, 외환 보유고에 편입.. 올 상반기 5억유로 매입
위안화가 처음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외환보유고에 담기게 됐다. 유럽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위안화를 ECB가 국제무대에서 인정해준 셈이다. 위안화는 여전히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유럽 무대에서 달러화, 엔화, 파운드화, 금 다음으로 중요한 통화가 됐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ECB가 올 상반기중 위안화 5억유로어치(약 6310억원)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ECB 관계자는 "ECB는 외환보유고에서 비중이 가장 큰 달러 일부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였다"면서 "총액은 변동이 없고 대신 외환보유고는 이제 달러화, 엔화, 위안화, 금, 국제통화기금(IMF)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으로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ECB의 외환보유액이 680억유로인것을 감안하면 현재 편입된 위안화 비중은 약 0.74%에 이른다.
비중은 미미하지만 이번 외환보유고 편입으로 유럽이 중국에 대해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슈퍼파워(superpower)로 인식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에스와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ECB 외환보유고에 담긴 위안화 비중은 작지만 대단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달러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준비통화인 유로화 뒤에 버티고 있는 ECB가 위안화 자산을 매입한 건 중국 경제와 위안화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투자는 ECB가 지난 1월 결정했지만 비공개 상태로 유지해오다 위안화 편입이 마무리된 후 공개된 것이다.

프라사드 교수는 "모두가 중국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며 "ECB의 행보는 중국과 보다 강력한 무역.금융 연결고리를 구축하기 위한 계약금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안화는 지난해 IMF가 달러, 유로, 엔, 파운드에 이어 5번째 SDR 구성통화로 편입시키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앞으로 국제 교역무대에서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위안화 거래 추세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CB가 위안화를 보유하자 스위스중앙은행(SNB)도 위안화 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런던 경제대학원의 우스멘 만뎅 연구원은 "ECB가 위안화에 투자한 것은 유럽도 광범위한 위안화 거래 추세를 거부하기 어려워졌다는 중요한 신호로 볼수 있다"면서 "투자비중은 작지만 매우 바람직한 시작이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ECB는 지난 2014년부터 위안화 투자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보유 포트폴리오는 안정적인 통화 비중이 높을수록 유동성 악화를 적게 겪을 수 있는데 위안화 역시 안정적 통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이 아직 시장 중심의 환율제도를 채택하지 않았는데도 위안화가 사실상의 준비통화로 부상한 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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