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 "종금업 허용해달라"…당국 '난색'

김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5 19:56

수정 2017.06.15 19:56

초대형 IB 종금업무 개시.. 은행도 당국에 요청 나서
IMF위기때 줄도산 악몽.. 당국, 현재로선 부정적 반응
은행 "종금업 허용해달라"…당국 '난색'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발행어음 업무를 확보하면서 종합금융업(이하 종금업) 부활의 신호탄을 쏜 가운데 은행들도 단기금융업과 투자매매중개업을 아우른 종금업을 허용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발행어음은 종금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어음으로 만기가 1년 이내로 짧고 금리 등 상품 특성이 은행 정기예금과 유사하다. 종금업은 이같은 발행어음 업무와 함께 회사채 등 수익증권과 주식을 인수해 중개할 수도 있어 금융의 종합백화점으로 불린다. 초대형 IB들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발행어음을 확보하고 기업 신용공여 규모도 자기자본의 200%까지 확대할 전망이어서 은행들도 증권사가 은행의 고유업무인 예대업무를 사실상 시작하는 만큼 증권사의 투자매매중개업을 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처럼 종금업 경쟁이 촉발되면 지난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종금업의 줄도산이 재현될 수 있어 금융당국도 종금업 허용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은행에 투자매매중개업 허용을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초대형 IB들이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등 종금업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은행들도 예금 대체수단인 발행어음 등 종금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예금자 보호대상인 다양한 유형의 예금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이와는 별도로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더 높은 금리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발행어음 판매 및 기업어음(CP) 중개 업무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P 중개업무는 투자매매중개업에 속한다. 은행들도 종금업을 통해 투자매매중개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은행이 지난해 종금업 라이센스가 끝나면서 우리종금을 통해 종금업을 영위하고 있다.

은행권은 IMF외환위기 시절 금융시장의 위기를 가져온 종금업을 없애겠다고 했던 금융당국이 이제와서 초대형 IB를 통해 종금업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대형 IB들이 종금업을 영위하는 만큼 은행들도 종금업을 통해 투자매매중개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에게 허용되지 않은 증권의 인수와 매출업무, 시설대여 업무와 국공채.통안채 중개 등 종금업 업무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증권의 인수와 매출업무를 통해 중개 수수료를 받으면 신규 비이자수익이 늘어난다.

은행권은 종금업을 허용해줄 경우 건전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 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IMF외환위기 시절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등 마진을 높게 남기다가 자산가치 붕괴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됐던 사실을 인식해 내부통제시스템 강화 등 리스크 관리를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초대형 IB들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에 30%까지만 투자할 수 있듯이 은행들도 이 자금을 신기술 창업기업주식 또는 채권에 투자하고 부동산 투자비율을 크게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견도 제시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문재인 정부도 제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신기술 및 성장성이 있는 창업기업에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만큼 종금업을 통해 이들 회사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 금융당국, 종금업 허용 난색

종금업중 발행어음 업무는 단기금융업인 만큼 은행도 현재 금융위원회 인가를 거치면 할 수 있다. 문제는 투자매매중개업의 허용 여부다.
은행권은 은행의 고유업무인 예대업무를 초대형 IB에게 종금업 형태로 부여한 만큼 은행에게도 증권의 고유업무인 투자매매중개업을 종금업 형태로 허용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유니버셜 뱅킹을 하겠다는 말인데 현재 전업주의 체제에서 종금업을 허용해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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