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렉시트 협상, 19일 개시"…협상전략은 미정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6 13:39

수정 2017.06.16 13:39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협상을 19일(이하 현지시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8일 총선 패배에 따른 후유증으로 영국의 협상전략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런던 시내 대형 화재로 당국의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메이 총리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어 메이의 행보는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15일 CNN머니,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19일부터 EU와 공식적인 브렉시트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찬성한지 1년이 다 됐지만 협상 방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영국이 무엇을 목표로 협상에 나설지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19일부터 협상이 시작된다 해도 제대로 협상이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럽개혁연구소(CER)의 사이먼 틸포드 부소장은 "영국이 브렉시트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진 뒤에야 EU가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이번 총선을 통해 이민규제 등을 고수하되 그 대가로 EU 단일시장에서 떨어져 나가는 강경협상을 뜻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밀어붙일 신임을 얻으려 했지만 보수당 의석이 되레 쪼그라드는 일격을 당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고, 이에따라 브렉시트 전략 역시 종잡을 수 없게 됐다.

그의 하드 브렉시트 핵심인 ▲EU 시장에서 완전히 떨어져나가되 ▲EU 출신 이민을 규제하고 ▲협상이 불리하면 새로운 무역협상이나 이혼에 따른 위자료 지불도 없이 탈퇴한다는 엄포성 전략은 언제 폐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총선을 통해 하드 브렉시트가 사실상 불신임 받으면서 기업들과 많은 의원들이 메이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EU와 밀접히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의 브렉시트 반대 논리다.

브렉시트가 타결되면 유럽으로 사업장을 옮기겠다는 기업들의 으름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에어버스도 EU와 사이에 새 무역장벽이 만들어지거나 영국에서 EU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못하게 되면 신규 항공기 생산은 유럽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이 총리는 보수당은 물론이고 내각에서도 압력을 받고 있다.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이 총대를 메고 있다.

해먼드 장관은 15일 '소프트' 브렉시트를 촉구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었지만 런던 아파트 화재로 일정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메이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내각에서 쫓겨날 '해임 1순위' 장관이었지만 메이의 총선 패배로 발언권이 커졌다.

경제지표들도 메이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이에따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임금이 제자리를 걷는 가운데 물가가 뛰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은 줄어들었다. 이때문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이날 공개된 5월 소매매출은 전월비 1.2% 급감했다.

소비가 줄고, 정치 상황이 불안하면서 기업들은 투자를 중단했다.

최악의 경우는 하드 브렉시트로 협상이 결렬되고, 영국과 EU 사이에 무역장벽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틸포드는 "영국내 유럽회의론자들은 이같은 EU의 접근법을 윽박지르기(bullying)로 간주하겠지만 이는 영국내 논의를 분명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영국 정치인들이 각 선택에 따른 현실을 외면하는 전략을 고수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보수당 과반 상실이라는 최악 결과를 맞아 총리직에서 물러날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메이 총리에게 진짝 악재는 이번 런던 화재 참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보수당 정부가 노후 고층아파트에 대한 안전기준을 높여야한다는 의회 요구를 북살했고, 공공 예산지원을 대폭 삭감한 것과 관련이 있다. BBC 정치담당 에디터 출신 닉로빈슨은 트위터를 통해 이런 촌평을 했다.
서 "브렉시트는 잊어라. 총리가 직면한 최대 정치적 위기는 화재다. 만약 공공예산 삭감이 화재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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