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검찰개혁의 딜레마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8 17:14

수정 2017.06.18 17:14

[차장칼럼] 검찰개혁의 딜레마

지난해 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질문하는 기자를 향해 특유의 거만한 자세로 '공공의 적'이 돼버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보면서 동료 기자로서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그가 받고 있는 혐의 이상으로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혐의만 8개나 된다는 점에서 그를 둘러싼 의혹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각종 댓글 등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여론은 마치 '살인범'을 대하는 태도로 느껴질 정도다. 물론 이런 여론은 우 전 수석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레이저 눈빛'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더니 급기야 검찰조사 당시 휴식을 취하는 과정에서 청사에서 여유롭게 팔짱까지 낀 사진기사가 보도되면서 이른바 '국민 밉상'이 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민정수석의 업무영역이 광범위한 데다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 전 수석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단정 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수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고등검사장 및 검사장급 1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고검장과 검사장급 4명을 사실상 무보직 발령냈다. '알아서 나가라'는 시그널을 준 셈인데 실제 이들은 당일 사표를 냈다. 법무부가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을 수사 지휘 보직에서 연구 보직으로 전보했다"고 밝힌 인사 배경 설명은 일선 검사들에게도 충격이었다. 좌천된 4명의 검사는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돼왔다. '괘씸죄'가 있다면 우 전 수석은 이미 유죄다. 문 대통령이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듯이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우 전 수석을 향한 시선이 고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법조인 출신이다. 우 전 수석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현 여당의 추천으로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영장 역시 기각됐다. 우 전 수석을 수사했거나 그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검사들을 섣불리 부적합자로 본 선입견이 만들어 낸 결론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실정법 위반 여부에 대해 사법부의 아무런 판단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우 전 수석을 미리 '적폐세력'으로 결론 낸 뒤 4명의 검사를 대놓고 '문제 검사'로까지 규정하면서 불명예스럽게 퇴진시켰다는 점에서 역대 정부의 전 정권 보복과 다를 게 없지 않으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검찰개혁은 중요하다. 하지만 개혁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전 정권 인사라고 무조건 청산 대상으로 삼는 관행에서 벗어나 법조계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불통과의 단절'을 선언한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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