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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지지율에 기댄 포퓰리즘의 ‘부메랑’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9 17:06

수정 2017.06.19 17:06

[차장칼럼] 지지율에 기댄 포퓰리즘의 ‘부메랑’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는 쇠락한 영국을 이끌 구원투수로 지난해 7월 취임했다. 초기엔 '제2의 마거릿 대처'로도 불렸다. 잘나가던 메이 총리는 그러나 취임 1년 만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2020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3년이나 앞당겼지만 이달 치러진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며 그가 던진 승부수가 양날의 칼이 됐다. 그가 믿었던 것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20%포인트에 달하는 지지율 격차였다.
집권 보수당의 원로들은 6개월내 새 총리로 교체를 벼르고 있다.

지지율에 기댄 포퓰리즘이 정치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건 비단 다른 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역대 대통령 중 굵직한 개혁과제를 많이 실천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임기말이 좋지 않았다. 취임 직후 군 사조직인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실시 등 매머드급 이슈를 밀어붙였다. 지방자치시대도 열었고 5.18특별법 제정에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도 비자금 수사로 구속됐다. 덕분에 취임 1년차 지지율은 80%을 넘었다. 그러나 지지율에 기댄 정치는 곧 지지율에 취했고 행운도 오래가지 않았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가 시작이었다. 여당 의원들을 버스로 동원해 심야에 날치기를 시도한 일을 두고 당시 김종필 총재도 정부의 오만을 개탄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또 차남 김현철씨 비리혐의 구속과 외환위기가 이어지면서 임기말 지지율이 6%까지 추락했다.

적폐청산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도 요즘 격식 파괴 등 탈권위주의 행보로 지지율이 고공행진이다. 취임 4주차 지지율은 84%였다. 그러나 벌써 인기와 지지율에 취해선 안된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이완구 당시 총리후보 인준 당시 "여야 공동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인준 여론이 높았다면 던지지 않았을 승부수다. 이번 청문회도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강행을 반대하는 야당에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고,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야당은 "협치보다 지지율에 기대려면 야당은 왜 있느냐"며 반발했다. 지금은 높은 국정지지도로 넘어가더라도 2기, 3기 내각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그만큼 받쳐주지 못할 수 있다. 국정운영은 이제부터다. 국익과 여론이 충돌할 수도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이번 정부는 대중정치의 바람을 타고 성립된 정부다. 그 함정에 빠질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이 말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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