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세련된 야당이 필요하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9 17:11

수정 2017.06.19 17:11

[기자수첩] 세련된 야당이 필요하다

인사청문회는 참고용이란 청와대의 발언에 야당이 발끈했다.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국회가 무시를 당하건 말건 관심없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지만, 국회의원들이 민심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다는 불신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발언에 '욱'하는 야당의 모습은 여론에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야당은 설득력 있는 명분을 찾아 비판하고, 청와대에 출구전략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무작정 윽박지르고 비판만 하는게 야당 역할은 아니다.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공격하는 야당을 국민들은 원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검증에 나선 야당 국회의원들도 '너희들은 깨끗하냐'고 얘기하면 할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먼지가 어떤 먼지인가에 따라 양해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진다. 단순한 기침을 넘어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의 먼지라면 다시 살펴봐야 한다.

접촉해선 안되는 물질로 규정됐던 먼지까지 갖고 있는 물건은 세탁이 아닌 폐기처분 대상이다. 하지만 돌파구는 있다.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규정을 바꾸는 것이다. 환경도 변했고 인간의 면역력도 높아져 '이 정도 먼지는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책임있는 사람의 사과와 양해는 필수다. 청와대도 이처럼 검증에서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5대 비리 배제 원칙을 수정하기 위한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야당의 역할이다. 대통령이 나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인사절차를 다시 진행토록 하는 여건을 야당이 조성해줘야 한다. 낙마부터 시켜야 한다고 윽박질렀던 자세가 지금의 정국경색을 야기한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항의 표시로 상임위를 보이콧하는 것은 세비를 받는 야당으로서 직무유기다. 서로가 여지를 남기지 않은 자세로 대립하는 것은 협치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무리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유한국당 당권에 도전하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좌파들은 더 세련된 모습으로 우파 궤멸 작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 야당은 예전 야당보다 더 세련된 모습으로 대응할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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