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장에 석유 넘친다" 국제유가 본격 약세장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1 19:35

수정 2017.06.21 19:35

연중 최고가 대비 20% 하락.. 미 셰일석유 생산 늘면서 OPEC 감산 결정 무력화
"시장에 석유 넘친다" 국제유가 본격 약세장

국제유가가 20일(이하 현지시간) 2% 넘게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로써 최고가 대비 20% 넘게 하락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약세장으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이미 석유 수요가 최고조에 이르는 여름 휴가에 따른 '드라이빙 시즌'에 들어갔음에도 약세장 진입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CNN머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결정이 석유공급 축소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급락했다. 장중 3% 넘는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감산에서 제외된 OPEC 회원국들과 OPEC의 강력한 대항마가 된 미국 셰일 석유 생산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비 배럴당 97센트(2.2%) 하락한 43.23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2월 23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가 배럴당 54.45달러를 기준으로 20% 넘게 하락해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장중 배럴당 42.75달러로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도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8월물이 배럴당 89센트(1.9%) 내린 46.02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25일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이 오스트리아 빈 OPEC 사무국에 모여 내년 3월까지로 감산을 연장키로 결정했지만 유가 하락세를 막는데 실패한 셈이다.

애널스트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OPEC 산유국이 감산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OPEC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사장은 "일부 주요 OPEC 산유국들이 생산을 제한하는 가운데 이 같은 유가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이전 약세장과 비교해) 심각한 차이"라고 말했다.

석유시장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약세장에 진입했지만 당시와는 사정이 다르다. 약세장에 진입한 약 석 달 뒤인 10월 말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11개 산유국들은 하루 18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고, 유가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바 있다.

OPEC의 감산을 무력화시킨 것은 미 셰일석유다.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자 생산비 절감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미 셰일석유 생산이 급속히 늘면서 유가 상승에 고삐를 채웠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구멍을 뚫기는 했지만 생산 준비가 끝나지는 않은 유정(DUC)'이 5946개로 3년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유정개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에만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서 새로 뚫린 유정만 125개가 넘는다.

뉴욕 타이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상품 펀드매니저 타리크 자히르는 "펀더멘털이 늘 주된 관심사"라면서 "여전히 시장에는 석유가 넘친다"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의 선임 석유 애널리스트 제나 더레이니는 "미 셰일석유로 인해 시장에 약세 심리가 누적돼 왔다"면서 "미 셰일석유가 OPEC의 감산을 상쇄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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