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람이 행복한 기업을 꿈꾸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인간중심 경영 시대로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2 15:53

수정 2017.06.22 16:03

승객 함부로 끌어내린 항공사 소비자 불매운동에 경영 위기
야근·충성경쟁 기업문화 탈피 직원.고객 행복 최우선 가치로
그래픽=홍선주 기자
그래픽=홍선주 기자


21세기 한국 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단연코 '사람'이다. 성장과 이윤을 최고의 경영가치로 여기며 비효율적인 야근과 맹목적인 충성을 요구했던 과거 기업들의 경영문화는 설 자리를 잃었다. 과거에도 우리 기업들은 '인간존중'이라는 구호를 수없이 외쳤지만 실상은 달랐다. 하지만 최근 우리 기업들은 사람중심 경영의 실천이 거대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문화가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조직의 존립까지 좌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직원들이 정원 초과를 이유로 베트남계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삽시간에 퍼져 큰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으로 유나이티드항공의 시가총액은 수천억원 증발했고, 소비자 불매운동,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미 의회 진상조사까지 겹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유나이티드항공은 과거에도 장애인 승객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고 사과와 개선을 약속했다"며 "하지만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아 더 큰 위기를 맞게 됐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에 반면교사가 될 만하다"고 말했다.

기업문화 혁신은 결국 인적 변화가 중심에 있다. 창의성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실행력의 구성원들이 많은 기업일수록 글로벌 시대의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로서 지속경영이 가능한 시대다. 일과 가정의 균형있는 삶도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필수 기제로서 우리 기업문화로 정착했다. 나아가 기업의 이익을 사회와 공유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사회 전체의 안정과 발전이 기업의 성장 및 영속 경영과 직결된다는 인식에서다.

이런 실질적인 변화들은 사람이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데 기업들이 공감하고 있어서다. 베스트셀러 경영서 '축적의 길' 저자인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신기술을 개발해 성장을 이어가려면 '개념설계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시행착오 축적을 통해 고도의 경험지식을 확보하는 개념설계의 최우선 전략으로 꼽은 것도 바로 사람이다. "스스로 개념설계가 가능한 전문가를 키우고 그들이 존경받는 조직 문화를 만들라"는 이 교수의 조언은 지금 우리 기업들이 실행하는 사람중심 경영의 한 축이기도 하다.

기업의 성장과 지속경영을 위한 사람중심의 노력은 회사, 가정, 협력사, 사회를 넘나들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만 보더라도 경영혁신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사람이다.

삼성은 일찍이 우수인재를 양성해 인류와 사회에 공헌하는 걸 최대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2년 신년사에서 "동종 경쟁에서 이종 경쟁으로,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군 간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경쟁력이 내부적으로 사람과 기술"이라며 "우수 인재를 키우고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는 일과 함께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삼성이 'Work Smart'라는 장기 캠페인을 통해 신입사원들의 창의적인 업무환경과 조직문화를 만든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LG가 신입사원 교육의 40%를 자유로운 아이디어 제안과 창의적 사고에 할애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과 가정의 병립도 최근 대기업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경영가치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가 매주 수요일을 '스마트데이'로 정하고, 임직원들이 초과근무 없이 귀가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배려하는 기업문화는 거의 모든 대기업이 도입했다. 웬만한 대기업들은 여성 인력 증가에 맞춰 산전.산후 유급 휴가, 육아휴직 보장, 탄력근무제 등을 필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 남성중심의 기업문화도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대표적 제조사인 기아차가 지난해 여성 관리자의 비중을 전년보다 28.6%나 늘릴 정도로 여성의 역량 확대는 보편적인 추세다.

기업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적 가치에 경영목표를 두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SK가 대표적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행복경영철학'을 전 계열사에 뿌리내린 기업이다.
심지어 올 들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정관을 손질해 '이윤추구'를 과감히 삭제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추구'를 경영이념으로 넣는 혁신적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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