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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주역 중국 스타트업 현장을 가다] 중국 청년들 기술 자신감.. 스타트업 하루 1만5000개 탄생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2 18:01

수정 2017.06.22 21:04

[fn 창간 17주년 기획] (상) 中 청년창업가들 '창업보국' 실현 앞장
해외유학 다녀온 우수 인재들 세계적 기술력으로 창업 이뤄
넘쳐나는 돈 탓에 ‘거품’ 논란 투자금 100배 수익으로 잠재워
[4차 산업혁명 주역 중국 스타트업 현장을 가다] 중국 청년들 기술 자신감.. 스타트업 하루 1만5000개 탄생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중국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시장이 부흥기를 맞고 있다. 넘쳐나는 투자금과 창업을 하겠다고 시장으로 쏟아져나오는 청년 사업가들이 창업천국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스타트업 부흥을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새 정부도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심혈을 쏟고 있다. 중국의 창업신화에서 벤치마킹 요소를 찾는 게 시급하다. 이에 본지는 중국의 스타트업 열기가 후끈한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 위치한 현지 업체와 중국 벤처캐피털(VC), 그리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들의 생생한 경영 현장과 성공 노하우를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 베이징.상하이.선전=조창원 특파원】 베이징의 중관춘 창업거리에 위치한 창업카페 '3W' 건물 1층에 들어서자 벽면에 두 눈을 사로잡는 그래프가 있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명단이 연도별로 표기돼 있었다. 마치 명예의 전당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올해 연도 부분을 빈 공간으로 남겨두고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라는 글로 여운을 남긴다. 20대 젊은이들이 창업센터 테이블에 한 자리씩 앉아 노트북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모습이 공무원시험과 기업 취업준비를 위해 독서실에서 씨름하는 한국의 취업 풍경과 대조를 이뤘다.

여기서 만난 중국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은 중국 내 창업환경 요인으로 기술력, 시장, 자본, 자신감 그리고 정부지원을 꼽았다.

[4차 산업혁명 주역 중국 스타트업 현장을 가다] 중국 청년들 기술 자신감.. 스타트업 하루 1만5000개 탄생


■1등기술 개발해 창업전선 '올인'

실제로 중국의 창업열풍은 숫자로 확인된다. 중국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중국 전역에서 553만개 기업이 신규 등록했다. 전국에서 하루에 1만5000개 기업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중국 스타트업 창업열풍도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창업가가 세계적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낸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창업환경이 중국에서 가장 좋기로 유명한 선전에 위치한 로보센스가 기술력으로 승부를 거는 대표적인 중국 스타트업이다. 선전 본사에서 만난 추춘차오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20대 후반의 젊은 청년이었다. 이 회사는 자동차 자율주행 관련 부품 가운데 주변 사물을 감지하는 제품을 만든다. 레이더로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자사 제품인 라이다(LiDar)는 자율주행차의 눈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중국 자율주행 초기 시장을 기웃거리는 스타트업 정도로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 그는 미국의 구글이 인수한 벨로다인과 관련 분야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자신감은 회사의 기술력에서 나왔다.

창업자가 중국 하얼빈대 박사과정 동안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연구를 하고 랩을 운영해 쌓아온 기술력이 현재 이 회사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는 "기술력이 쌓여 있어서 초기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선전에서 유명한 동방푸하이라는 투자사로부터 200만위안의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투자사는 이후 투자대비 100배의 수익을 챙겼다.

그는 "작년 10월에 제품을 완성해 2개월 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한대당 가격이 4만6000위안인데 최근 두달간 몇백개를 팔았다"면서 "최근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자사 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징타이커지'라는 스타트업도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뛰고 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컴퓨팅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약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개발 가능성과 효능을 미리 예측해내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고 미국 보스턴 사무실과 베이징 인공지능 개발센터를 갖췄다.

징타이커지의 왕루위 홍보담당자는 "의약분야는 투자받기 힘들다는 게 업계 분위기인데 2015년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아냈다"면서 "올해 1억위안 규모의 추가투자를 조만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도 임박했다"면서 투자회사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기술력과 경영수업을 충분히 받은 해외 인재들이 중국 스타트업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루위 홍보담당자는 "20∼30대 젊은 중국인 가운데 해외에서 유학한 뒤 귀국해 나라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차원에서 창업하는 경우들이 많다"면서 "아울러 요즘 젊은 창업가들은 전통적인 콴시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실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패도 두렵지 않다" 20대 창업도전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친 젊은 창업자들의 도전정신과 광활한 시장도 중국 스타트업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관춘에 위치한 베이징대의 창업보육센터 회의실에서 휴먼플러스 리지아쥔 대표를 만났다. 28세 청년 사업가인 그는 "실패에 대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되는 것을 향해 나갈뿐"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휴먼플러스는 인공지능형 로봇의 시각부분을 연구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리 대표는 두 눈과 반도체 칩으로 구성된 회사 제품을 직접 보여주면서 "시력 면에서 세계 유수의 회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수준"이라며 "청소로봇 농업용 무인기, 게임기를 비롯해 경찰서나 소방서 등에도 두루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가 2012년 대학 졸업 후 창업을 선언했을 때 가족의 만류가 심했다. 편안한 공무원 생활을 제쳐두고 무리한 사업에 나선다는 이유였다. 지난 2016년 휴먼플러스를 시작한 그는 중국의 창업열풍이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015년 중국 내 창업정신이 확산되고 공유자전거나 위챗페이 등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들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창업전선에 뛰어들겠다는 젊은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신제품 개발이 추가로 완료되고 수천만 위안의 투자가 곧 성사될 단계"라고 말했다.

광활한 중국시장의 규모 역시 중국 스타트업 전성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자동차 자율주행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오토맨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토맨의 스촹넨 대표는 내비게이션 형태의 자사 제품이 전시된 방으로 안내해 실제 조작방법을 알려줬다. 자동차 내장형 디스플레이 1개와 휴대폰에 저장되는 소프트웨어 1개 그리고 두 가지 기기를 지원하는 자동차회사 내 서버 등 3개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스 대표는 "모바일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기존 내비게이션 기능을 뛰어넘는 서비스와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졌다"면서 "AS 알리미 기능, 자동차 관련 금융서비스 등 새로운 기능이 탑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160명의 직원을 보유한 이 회사는 이미 중국 굴지의 완성차 업체에 관련 제품을 납품 중이다.
현재 20만대 제품을 출시했으며 올 9월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는 회사의 성장배경으로 기술혁신과 중국의 광활한 시장잠재력을 꼽았다.


그는 "기술과 시장이 없으면 정부가 도와준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한국과 달리 중국은 수많은 차업체들이 각종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갈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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