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투자 줄고 있다" 영 정부 공식 시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3 10:32

수정 2017.06.23 10:32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의 불확실성이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이 22일(이하 현지시간) 우려했다. 브렉시트가 경제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는 공식적인 시인인 셈이다.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조사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8일 총선 패배로 테리사 메이 총리가 무기력해지면서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더 짙은 안개속으로 빠져든 상태여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CNN머니에 따르면 해먼드 재무장관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안감이 기업들의 영국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 규모의 기업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브렉시트 협상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지 더 명확해질 때 까지는 기업들이 투자실행을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해먼드는 협상을 신속히 진행하고, 이와함께 탈 EU 상황에 영국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과도기에 적용되는 협상이 타결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기업들에 확신을 더 빨리 주면 줄수록 기업투자가 더 신속히 살아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EU는 영국의 기대와 달리 탈퇴 협상이 끝난 뒤에야 새로운 무역협정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위축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들은 널려 있다.

BoA 메릴린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영국내 기업투자는 약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BOE가 70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6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브렉시트가 가결된 뒤 영국내 기업들은 거의 1년을 불안 속에 지내야 했다.

특히 8일 총선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

관세동맹에서 탈퇴해 EU와 깨끗이 갈라서겠다고 밝혀왔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방향 자체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기업조사연구소(CEBR)의 비키 프라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EU) 단일 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면 관련 비용은 상당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CEBR의 프라이스는 "주로 외국 기업들이 파운드 약세를 이용해 일부 영국 기업 인수에 나서기도 했지만 실질 투자 측면에서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영국이 메이 총리가 협박용으로 종종 언급했던 것처럼 아무런 협정도 없이 갈라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무역장벽들과 엄청난 규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기업들의 탈 영국 바람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가 당초 영국에서 하려던 투자를 유럽으로 빼기로 결정했고, 독일 자동차 업체 BMW는 영국의 상징 같은 '미니' 생산을 지금의 옥스퍼드에서 유럽 대륙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영국은 교역, 투자, 금융 분화 위험이 높아가는 때에 이방인들의 친절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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