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소외된 학사장교의 쓸쓸한 임관식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5 10:57

수정 2017.06.26 08:29

국방개혁 하기전에 군내 보이지 않는 차별부터 개선해야
육군 학사장교 62기 소위들이 23일 임관식을 주관한 육군 교육사령관 장재환 중장에게 경례하고 있다. 한 때 년간 2000명 정도 임관했던 학사장교 임관식에는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던 행사였지만, 육군 참모총장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의전행사로 격하됐다. /사진=육군 학사장교 총동문회
육군 학사장교 62기 소위들이 23일 임관식을 주관한 육군 교육사령관 장재환 중장에게 경례하고 있다. 한 때 년간 2000명 정도 임관했던 학사장교 임관식에는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던 행사였지만, 육군 참모총장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의전행사로 격하됐다. /사진=육군 학사장교 총동문회
조국을 위해 흘리는 피는 장교에서 병까지 평등하고 고귀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그 피의 가치에 차별이 존재한다.


일국의 안보를 책임질 신임장교의 탄생은 군에서 큰 의전행사 중 하나다. 그렇지만 국방부 출입기자들도 몰랐던 조용하고 쓸쓸한 임관식이 있었다.

보도자료 한장 없어 국방부 출입기자도 몰랐던 임관식
지난 23일 충북 괴산의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는 육군 학사장교 62기 및 단기간부사관 38기 487명의 임관식은 대통령도, 국방부 장관도 아닌 교육사령관(중장) 주관으로 치뤄졌다.

당초 참석 할것이라고 알려졌던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은 같은날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날 학사장교 62기로 임관한 신임소위 한 명은 "올해는 총장님 오신다고 들어 정말 열심히 임관식 연습을 했는데... 아쉽지만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기뻐하는 후배 앞에서 학사장교 선배들은 맘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2000년 6월 육군 학사장교35기로 임관한 예비역 정 모 소령은 "우리 땐 언젠가 대통령께서 우리들의 임관을 축하해 주시겠지... 후배들을 위해 성실히 복무해야지라고 맘 먹었는데 서러움이 복받쳐 오른다"고 말했다.

1년 후배인 37기 김 모 예비역 소령도 "선배 말처럼 우리 학사장교는 언젠가 대통령이 임관식을 찾아줄 것을 기대했는데 이젠 육군참모총장 방문에 기뻐하는 신세가 됐다"면서 "한 때 매년 약 2000여명이 배출되던 우리학사 장교는 육군 중대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군의 핵심전력이었지만, 대통령은 군사관학교, 3사관학교, 학군장교(ROTC) 임관식은 갔어도 우리들 임관식에 온 적이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정작 전후방 각지 그리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활에 성실하게 임하는 육군 학사장교 동문이 화가난 것은 '어떤 분'이 방문하시냐가 아니었다.

그들은 육군이 임관식 보도자료 조차 중앙언론에 배부하지 않았다는 것에 배신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육군 "주관자가 중장이라 보도자료 배포 안해" 소외된 장교들
이에 대해 육군의 한 관계자는 "행사 주관이 교육사령관이어서 보도 자료 제공 범위를 지방으로 한정했다"면서 "통상 육사, 3사, 학군은 계룡대에서 3월 통합임관을 하기 때문에 중앙 언론까지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소수가 임관하는 임관식 의경우 파병장병 보도자료처럼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 축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임관식을 보도한 곳은 본지와 민간통신사의 지역본부 2곳 뿐이었다.

사실상 축복받아야 할 그리고 힘찬 응원으로 주목받아야 할 임관식이 군의 주류가 아니란 이유로 외면된 셈이다.

그러나 육군 학사장교는 지난 1981년 1·2기 소위를 배출한 이후 타 출신 장교들 보다 짧은 36년의 역사에도 다양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해 왔다.

현역 장성으로는 이상윤 준장(6기·항공), 황천용 준장(8기·포병), 최진규 준장(9기·보병), 소영민 준장(11기·보병)이 복무중이다.

정계에서는 전병헌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1기),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1기), 기업가와 방송인으로는 윤홍근 제네시스 회장(1기), 코미디언 이상운(5기), 이재용 MBC 아나운서 부장(12기), 손범규 SBS 아나운서(13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14기) 등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학사장교 뿐만 아니라 학군장교, 기술사관, 법무·군의 등 육군 장교의 90% 이상을 배출하는 학생군사학교의 지위와 처우도 사관학교에 비해 열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년간 200여명의 소위를 배출하는 육군사관학교는 '3성 장군'인 중장이 교장이지만, 절대 다수의 장교를 양성하는 학생군사학교장은 '2성 장군'인 소장이다. 육사와 달리 다양한 교육과정을 도맡아 격무에 시달리는 학생군사학교 소속 훈육장교들은 인사평정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사관학교 훈육장교들은 절대평가로 인사평정을 받지만 학생군사학교 훈육관들은 상대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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