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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北과 대화, 美와 주파수 맞추기…문 대통령 '투트랙 정공법'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5 17:37

수정 2017.06.25 21:59

[한·미 정상회담] 北과 대화, 美와 주파수 맞추기…문 대통령 '투트랙 정공법'
한.미 정상회담(6월 29~30일.현지시간)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와 제재' 투트랙을 중심으로 한 코리아 이니셔티브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북한에 대해선 대화 제스처를, 미국에 대해선 '주파수 맞추기'로 대북정책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식 '정공법'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목소리를 미국에 지속적으로 발신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선 '대담한 제의'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심기는 영 불편해 보인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에 대해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 사상 취임 후 51일 만의 한.미 정상회담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 현안들을 세세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일단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걸 현실적인 목표지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빨라지는 남북접촉 시계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과 '선수단 동시입장'을 제안했다.

이는 북한 미사일 도발과 웜비어 사망사태 등 악재 속에서도 대북 유화책이 시기상조라는 국내외의 비판을 피하지 않고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혀진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 이후엔 남북 정상회담에 시계가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련의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의지를 숨기는 대신 이를 공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이 한반도문제 해결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 북한의 핵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재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위험한 인물"이지만 "북핵 폐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라며 논리를 선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의 발언은 더 구체적인 힌트가 된다. 문 교수는 지난 2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월 한·미 정상회담,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통일에 대한 메시지를 줄 수 있고, 8.15 때도 가능하다"며 "이어 러시아에 갈 때 유라시아 관련 구상이 나올 것이고, 특히 10.4 남북 정상회담 10주년 때 그런 것을 묶는 큰 그림을 제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북한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정부가 수십건의 대북접촉을 승인했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은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지 △제재-대화 병행론 철회 등을 내세우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한·미 동맹과 남북 관계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핵을 갖고 협상이 가능했던 과거의 북한과는 달리 김정은의 북한에서 핵은 정권의 정체성 자체"라면서 "김정은의 북한은 협상의 지위와 조건에 있어 자신들을 대국으로 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이는 워싱턴에 대한 메시지일 뿐만 아니라 서울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꿈쩍하지 않을 것 같던 북한도 최근 그동안과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계춘영 주인도 북한대사는 지난 22일 인도 언론에 출연해 "미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도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안에 밝은 관계자는 "이는 평양과 조율하지 않고 내놓을 수 없는 메시지"라면서도 "떠보기 차원인 것 같다"고 했다.

■워싱턴 의구심 어떻게 해소하나

문 대통령은 휴일인 25일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온종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나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대통령 보고에 앞서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정의용 안보실장을 비롯한 수석.보좌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주요 점검사항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국제외교 데뷔 무대인 데다 회담 상대가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 대통령이다 보니 준비하고 확인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 측 전언이다.

주목할 점은 한.미 양국 모두 대외정책의 세부적 기조와 인적 진용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정권 초기 '걸음마' 상태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선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는 게 최우선과제라는 게 외교가의 조언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미가 대북정책 기조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우선은 사드 문제라든가 복잡한 각론 문제에 치중하기보다는 두 정상이 우호적인 부위기를 만드는 걸로 목표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무난한 회담을 목표로 두 정상 간 분위기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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