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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윤리위, '사법행정권 남용' 이규진 부장판사에 징계 권고(종합)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7 16:53

수정 2017.06.27 17:15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가 '법원 고위간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심의를 두 달 만에 끝내고 관련자 징계와 제도 개선 등을 양승태 대법원장에 권고했다.

윤리위는 27일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55·사법연수원 18기)에 대해서는 징계 청구 등에 상응하는 조치를, 고영한 대법관(62·11기)에 대해선 주의 촉구 등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양승태 대법원장에 권고했다.

윤리위는 이 부장판사가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올해 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8·16기)의 지시로 대법원장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연기·축소하기 위해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해소 조치를 시행했고, 연구회 간사를 맡은 판사에게 부당한 지시와 간섭을 하는 등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윤리위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 차장, 각 실장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참석해 주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주최의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대응방안과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해소 조치에 관한 보고를 받고 그 적정성 등에 대해서 우려를 하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법원행정처 사무의 관장자로서 사법행정권의 적법하고 적정한 행사에 관한 관리·감독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윤리위 권고에 따라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곧 회부될 전망이다. 고 대법관은 구두 경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책임자인 임 전 차장은 지난 3월 법원을 떠난 상태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설문조사 및 관련 학술대회를 계획하자 소속 판사에게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행사를 축소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당초 부당지시를 한 것으로 지목됐던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은 직무에서 배제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는 그러나 임 전 차장이 아닌 학술단체 전 회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일부 부당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사법부에 비판적 입장을 개진해온 판사들의 정보를 이른바 '블랙리스트'처럼 정리한 자료 의혹이나 대법원장 연관성에 대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발족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학술대회 축소·견제 회의에 참석한 행정처 실장(고등법원 부장판사급) 3명도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윤리위는 이들의 경우 직무·신분상 의무 위반을 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윤리위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밝혔던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낸 점에서 리스트가 없다는 결과를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윤리위는 심의 의견을 통해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윤리위는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 사법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추진할 것과 사법행정권의 남용·일탈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관윤리 담당 부서의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달 19일 전국 대표판사 100명을 모아 첫 회의를 연 판사회의 측은 9월 임기를 마치는 양 대법원장에게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추가 조사권 위임 ▲이번 사태 관련자 직무배제 및 대법원장 공식 입장 표명 ▲판사회의 상설화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윤리위의 심의 결과를 검토해 이번 주 안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3월 이인복 전 대법관에게 진상조사를 맡겼으며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4월 이번 사안을 윤리위에 회부했다. 조사 기록을 넘겨받은 윤리위는 전날 3차 회의에 이어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마라톤 논의 끝에 심의 결과를 의결했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설문조사 및 관련 학술대회를 계획하자 소속 판사에게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행사를 축소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당초 부당지시를 한 것으로 지목됐던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은 직무에서 배제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는 그러나 임 전 차장이 아닌 학술단체 전 회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일부 부당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사법부에 비판적 입장을 개진해온 판사들의 정보를 이른바 '블랙리스트'처럼 정리한 자료 의혹이나 대법원장 연관성에 대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지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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