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최저임금보다 대기업 갑질이 더 문제"…공 떠넘긴 노동계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7 17:36

수정 2017.06.27 17:36

정부에 자영업자 대책 요구하고 나선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
소상공인과의 상생 명분 대기업 책임론 부각시켜
내년 최저임금 대폭인상 협상카드로 쓸 가능성도
양대 노총 만난 이용섭 일자리委 부위원장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정면)이 27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양대 노총 만난 이용섭 일자리委 부위원장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정면)이 27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최저임금보다 대기업 갑질이 더 문제"…공 떠넘긴 노동계

'병주고 약주나.'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주장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들이 27일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내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 종합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영세 자영업자 보호대책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임위는 공익위원(정부측) 9명,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근로자위원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포함돼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부정적 시각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주장해 영세 자영업자를 옥죄면서도, 정부에는 대책을 촉구하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소상공인업계 한 인사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최저임금 1만원 즉각 실현을 주장하는 노동계가 한편으로는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임위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서울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일자리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 관련 제도개선 건의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2018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또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불공정 거래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따른 고충보다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영세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는 정부에 제출한 건의안에 여실히 드러난다. 주로 대기업의 상생을 촉구하는 내용들이 대다수다.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원청의 분담을 의무화, 생계형 유통서비스업의 중소상인 적합업종 법제화, 가맹점 수수료와 본사 마진 감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한 '협상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주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 짓는 최대 분수령이다. 최임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4.5.6차 전원회의를 잇따라 개최한다.

노동계는 1만원 즉각 실현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경영난에 직면한다며 동결 내지는 소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즉 이번 건의안은 소상공인들의 경영사정을 감안해 재벌기업의 고통분담을 이끌어내고, 최임위 논의 과정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노동계 관계자는 "소득불평등과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고, 그것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문재인정부 대선정책공약으로도 제시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최저임금 인상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이 기간이 29일이다. 고용노동부는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이의 제기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시 전 20일로 정하고 있어서 7월 16일까지만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된다. 다만 법정기한(29일) 내 결론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에도 근로자 측 위원들이 최종안 제시를 거부하고 퇴장하면서 기한을 넘긴 7월 17일에야 2017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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