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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상 심사 비리’ 의사·변호사·공단 직원 등 39명 무더기 기소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8 12:00

수정 2017.06.28 12:38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들에게 "높은 장해 등급을 받아 주겠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거나 금품을 받고 장해 등급을 높게 결정한 혐의를 받는 산업재해보상 전문 브로커, 전·현직 근로복지공단 직원, 의사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이용일 부장검사)는 28일 배임수재와 의료법 위반, 변호사법 및 공인노무사법 위반, 사기 방조 등 혐의로 브로커, 근로복지공단 직원·자문의사, 산재병원 원무과장·의사, 변호사·노무사 등 모두 39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26억원 수익 올린 기업형 브로커도
브로커 10명은 변호사법 및 공인노무사법 위반·배임증재·뇌물공여 혐의, 근로복지공단 직원 4명은 뇌물수수 등 혐의, 전현직 의사 2명은 배임수재 혐의로 총 16명이 구속기소됐다. 브로커 6명과 전직 근로복지공단 2명, 현직 의사 3명, 노무사·변호사 6명, 병원 원무과장·직원 6명 등 총 23명은 불구속 기소 및 약식기소됐다.

브로커들은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들에게 환자를 소개받고 소개비, 진단서 발급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뒤 장해 등급의 진단서를 발급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혐의다. 또 산재 판정이 필요한 근로자들에게 “더 높은 장해 등급 판정을 받아 더 많은 보험료를 타게 해주겠다”고 제의해 수수료 명목으로 4200만~2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브로커들이 불법으로 수익한 액수는 약 76억원 상당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16명은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을 통해 환자를 소개받고 사건을 위임받아 환자들이 받은 산재보상금의 20~30%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무사나 변호사로부터 명의를 대여받아 직원들을 고용하고 26억원의 수익을 올린 기업형 브로커도 적발됐다.

근로복지공단 직원과 자문의사, 병원 의사·원무과장 등도 브로커들로부터 500만~1억2900만원을 받은 뒤 장해등급을 높게 결정하고 처리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등 불법으로 편의를 제공한 혐의다. 특히 이모 근로복지공단 차장(53)은 브로커 3명으로부터 총 1억2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공기관 관련 브로커 철저히 수사"
검찰은 지난해 이들이 금품로비로 유착된 사실을 확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의 금융계좌 거래 내역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추적해 근로복지공단과 산재 지정병원 직원들이 짜고 장해등급을 조작해준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검찰은 경마 비리 사건 수사 중 마필관리사 산재보험 지급 과정을 살펴보다가 장해 등급이 조작된 정황을 포착했다. 산재의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을 위해 장해 등급 조작을 단속해야 할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들이 브로커 등과 결탁해 장해등급 조작에 나섰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산재보상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등 관련 기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공의 신뢰를 훼손하는 공공기관 관련 브로커와 이에 동조한 직원 등 부정부패 사범을 철저히 수사, 엄정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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