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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미국처럼 경기부양책 축소 시사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8 16:10

수정 2017.06.28 16:10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에 나섰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국제 투자시장에서는 미국에 이어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도 경기회복에 따른 통화 긴축에 나선다는 소식에 유로 가치가 급등하고 안전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2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 포럼 연설에서 유로존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사라지고 경기회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위기에 따른 피해가 영구히 고착되는 이른바 '이력효과'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우리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이러한 위험이 완화되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밝히고 "모든 신호가 유로존 경기회복이 강력해지고 확대된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앞서 이달 8일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물가하락 위협이 "확실하게 사라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같은 날 유럽연합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전 분기 대비 0.6%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날 ECB 역시 올해와 내년 유로존 GDP 성장률을 1.9%와 1.8%로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씩 상향했다.

시장에서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이달 미국의 금리인상과 마찬가지로 경기회복에 따른 통화정책 축소 예고라고 풀이했다. 유로당 달러 가치는 이날 1.4% 급등해 1.1361달러를 기록,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같은 날 안전자산 가격은 잇따라 무너졌다. 10년물 미 국채 가격은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독일 10년물 국채와 프랑스 10년물 국채 가격도 각각 0.125%, 0.136%씩 떨어졌다.

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의 마르코 발리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의 이번 발언은 ECB의 통화정책이 2018년에 보다 긴축에 가까워진다는 첫 번째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ECB가 자산매입을 통해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QE) 정책을 내년 상반기에 현행 월 600억유로(약 78조원)에서 400억유로로 줄이고 하반기에는 200억유로까지 낮춘다고 내다봤다.

반면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호들갑떨지 말자는 입장도 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은행은 관련 보고서에서 "드라기 총재가 말한 것은 매우 느린 출구전략"이라며 "놀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 역시 신트라 연설에서 언제 경기부양책에서 빠져나올 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경제 정책은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경기 회복을 위해 지표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로존의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은 1.4%로 여전히 ECB 목표치(2%)보다 낮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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