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한국도 구글에 세금 받아낼수 있을까.. EU, 구글세 대신 과징금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9 17:09

수정 2017.06.29 17:11

"유럽 국민 데이터 싹쓸이" 美 IT기업 독점에 반감 커
사실상 밀린 세금 요구한 셈..국내서도 제재 움직임
"구글, 한국서 지배력 남용" 공정위, 규제 칼 빼들어.. 과징금 부과방식 택할 듯
한국도 구글에 세금 받아낼수 있을까.. EU, 구글세 대신 과징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3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국내에서도 그동안 구글이 내지 않았던 세금을 받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10년부터 7년간 구글이 쇼핑, 여행, 지역 등의 검색 결과를 보여줄 때 자신들의 부가서비스를 상위에 노출해 경쟁 환경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EU 집행위원회가 세금이 아닌 과징금 부과라는 제재방식을 통해 사실상 그동안 구글이 내지 않은 세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도입에 애를 먹고 있는 구글세 대신 밀린 세금을 거둬들이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독과점을 해소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글로벌IT 기업들의 세금회피 방식을 뚫을 수 있을지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EU의 구글 과징금은 사실상 밀린 세금

구글의 조세 회피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지역은 유럽이다.
지난해 1월 영국 국세청은 6년에 걸친 세무조사 끝에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구글이 회피한 세금 1억3000만파운드(약 1900억원)을 추징했다. 올해 초에는 이탈리아 국세청이 10여년간 구글이 미납한 세금으로 3억600만유로(4700억원)를 거둬들였다. 프랑스 역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세무조사를 통해 자국 내 구글의 매출에 대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면서 약 10억유로(1조3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실제 구글의 수익에 비해 세금이 턱없이 적다는 비판을 받았고, 프랑스 역시 실제 세금 추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인도네시아도 구글에 체납세 추징 협상을 타결했다. 인도네시아 세무 당국은 구글이 인도네시아에서 올린 매출 전액을 싱가포르에 귀속시키는 수법으로 2015년에만 1조루피아(900억원)의 세금을 탈루해 왔다고 판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유럽 각국 국민들의 데이터를 싹쓸이하고 있는 미국 IT 기업에 대한 반감과 미래 산업 경쟁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다"며 "그러나 세금을 통해서는 실질적으로 미국 IT기업들을 규제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드러나면서 EU가 반독점 과징금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서도 움직임 시작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1조3397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높은 1조5974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구글의 국내 법인인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매출이나 세금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조만간 구글의 이러한 행태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시장지배력 남용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정보 독점 등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이들 기업이)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산업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경쟁 당국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EU의 이번 조치는 유럽에서 매년 수십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도 제대로 내지 않는 세금을 과징금을 통해 합법적으로 징수한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공정위가 검토에 착수한 만큼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