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이사람]

한정아 한국IBM 상무 "워킹맘 위한 사회적 기반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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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여성 임원들을 만나면 가족들이 육아를 많이 도와줬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가족들의 지원이 없다면 커리어를 쌓기 어려워요. 사내 육아휴직제도가 자리를 잡았다고 하지만 휴직이 길어지면 '마미트랙'(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에 빠져 자연스레 여성들은 남들보다 경력이 뒤처지는 게 사실이죠."

한국IBM 한정아 상무(사진)는 1988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0년 가까이 한 회사에만 몸담고 있는 여성 기업인이다. 지난 2010년 영업지원 및 재무관리 업무에서 최초의 여성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워킹맘'이기도 한 그는 누구보다 여성 직장인들의 고민을 가까이서 보고 듣고 경험했다.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여성 임원들의 수는 남성들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한 상무는 육아.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처음 입사할 때와 달리 출산.육아로 경력이 밀리거나 회사를 아예 그만두는 여성 직원들이 많아 임원이 될 수 있는 '인력풀'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관리자가 됐던 1997년만 해도 여성 관리자가 채 1%도 안됐어요. 그때와 비교해선 지금은 많이 늘어났죠. 하지만 여전히 일과 삶의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성 직원들이 보고 배울 만한 '롤모델'이 많이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도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에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육아 걱정 없이 일만 잘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는 은연중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업무능력을 차별하지 않는 기업문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국내 기업은 여성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되는 부분이 많아요. 성별과 상관없이 직원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 일로만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진정성 있는 노력과 성실을 바탕으로 한 업무 결과만이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죠."

'여성들의 리더십 증진'이 가장 큰 관심사라는 한 상무는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국내 기업 여성임원들의 모임인 '위민인이노베이션'과 한국장학재단에서 201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대학생 멘토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특히 위민인이노베이션을 통해 '마미트랙'에 한창 빠지는 나이대 혹은 직급에 있거나 임원승진을 앞둔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커리어 설계, 상사와의 갈등 관리법 등의 주제로 멘토링에 나서고 있다.

"여성 리더가 10명 중 3명 이상은 돼야 하나의 오피니언으로 인식돼요. 앞으로도 여성 임원들 수가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차세대 여성 리더를 육성하는 데 힘쓸 생각입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