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성평등 제도와 현실의 간극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4 17:21

수정 2017.07.04 17:21

[특별기고] 성평등 제도와 현실의 간극

경제규모 11위인 우리나라의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는 아직도 100위권 밖이다(WEF, 2106 발표 한국 116위). 경제발전 속도와 상승 각도에 비해 성격차지수 변화는 답보 상태다. '여풍' '여성 상위'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만나는 현실인데, 여성과 남성의 격차가 큰 나라로 손에 꼽히는 게 이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자주 접한다. 성격차지수를 구성하는 내용 중에서 경제활동참여 성 격차는 127위로 건강과 생존이 76위인 데 비해 무려 50위나 떨어진다. 경제활동의 성격차를 계속 벌어지게 하는 원인 제거가 성격차지수 변화 폭을 넓힐 수 있으리라 본다.

지난주 발표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50%를 넘어섰지만, 남성은 감소하는 비정규직 비율이 여성에서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직 남성의 3분의 2 수준인 성별임금 격차의 현실까지 본다면 여성 고용률 상승이 질 낮은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질적 변화가 담보되지 않는 양적 확대는 여성경제활동 참여를 둘러싼 모순을 더 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 결과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우리 사회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받는 차별과 불평등 현실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남성부양자 이데올로기를 지적한다.

여성친화적 평등지향을 갖는 스웨덴이나 자유주의 노동시장 지향을 갖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높은 가족지향가치를 갖고 있다. 남성은 생계부양자로, 여성은 가족돌봄 전담자로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책임을 갖는다. 가족 가치가 중심이 되어 여성노동이 인식되다 보니 성별뿐 아니라 혼인상태나 자녀 수가 여성을 노동시장에 위치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결혼·출산·양육의 생애경험에 따라 여성노동참여가 M자 형으로 그려지는 이유다.

사회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통적 가족가치로 여성을 가족돌봄 전담자로 규정하고 노동시장참여는 생계 보조라는 인식을 전제하는 한 여성은 주변적 위치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사회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정책과 제도는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제도와 현실적 요구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를 이용하는 데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가령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는 출산과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엄마벌칙(mommy penalty)'이 되지 않아야 한다.

법과 제도의 개선과 인식의 변화가 정렬되기 위해서는 생계부양자-가사책임자로 여성과 남성의 일자리를 분류하는 성별구도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3가구 중 1가구는 여성이 가구주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73.5%로 남성보다 7.2%포인트 높다.
생계부양 책임이 남성에게 있다는 공식으로 일자리를 배정하는 것은 유용하지 않다. 남성의 일과 여성의 일이 구분돼 있다는 성별 유형화(sex typing)를 전제로 하는 여성노동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노동참여에 있어서의 성격차를 줄일 수 있다.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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