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논단] '증세 있는 복지' 논의할 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5 17:03

수정 2017.07.05 17:03

[fn논단] '증세 있는 복지' 논의할 때

새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증세' 카드를 내놓았다 우물쭈물하고 있다. 공약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을 증세 없이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조심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반발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에서는 증세 논의 자체를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방대한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실효성 있는 재원조달 계획을 붙이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재원조달 계획을 내놓으라고 하면 약방에 감초 격으로 정부지출을 효율적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물론 방만하게 보이는 정부사업도 아직은 더러 있겠지만, 이제는 마른행주 짜내는 단계에 와있다.
혹자는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상당하니 국세행정만 제대로 하면 징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소위 김영란법에 지친 서민들만 더 달달 볶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2016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9.3%로 OECD 국가 중 재정건전성이 매우 양호한 국가로 분류된다. 그래서 국가부채 좀 더 늘리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될 것이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의 국가부채는 1433조1000억원으로 1년 전 보다 139조9000억원 늘어났다. 증가 속도 측면에서 단연 선두에 있다. 긴축해서 어려운 나라들을 나열하면서 적자재정이 필요하다는 듯 설파하기도 하지만 가계 빚이나 기업 빚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나랏빚이다. 나랏빚은 미래세대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저성장 국면에서의 빚은 저성장을 가속화하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경기적 요인으로 불황기에 일정한 적자재정은 경제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지만 당연히 일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현재의 경제상황은 연초 전망과 달리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에 한정적인 호황이라 하지만 주가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뜨거운 열기가 전체 경제에 확산되고 있다. 실업률도 낮아지고 취업자수도 늘어났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니트족으로 지칭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새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대한 기대로 실업자로 넘어온 것이 아닌지에 대한 심층분석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기적 측면에서도 적자재정을 용인할 근거가 희박하다.

그렇지만 고령화가 심화되고 소득분배가 편중되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복지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복지는 불가역성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노인인구에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노인인구 비율이 현재보다 3배 정도 증가할 것을 감안해서 늘려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도 성숙했다. 증세 없이 복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증세가 동반돼야 한다. 새 정부가 구상하는 좋은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에 상응해서 지불해야 하는 계산서라고 할 수 있는 증세 계획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가격이 얼마인지도, 누가 지불할지도 모르고 먹는 식사만큼 불편한 식사도 없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