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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흥행 성공한 '고이케 극장'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6 17:10

수정 2017.07.06 17:10

[차장칼럼] 흥행 성공한 '고이케 극장'


"트럼프도 김정은도 아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최대 위협은 고이케 유리코다."

경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지난 3일 아시아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이렇게 서두를 시작했다. 무역 재협상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붙이는 북한의 김정은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가장 위험한 정적으로 떠올랐다는 해석이다. '고이케노믹스'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그가 차기 정권을 노려봄 직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루 전 벌어진 도쿄도의회 투표에서 아베 측의 자유민주당 연합세력은 고이케 도쿄도지사의 도민퍼스트회 연합세력에 참담하게 무너졌다.
고이케가 수개월간 TV와 인터넷을 통해 들이댄 강력한 메시지로 도쿄도민들의 가슴을 흔들어놓은 결과다. 고이케 지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전매특허였던 '극장 정치'를 떠올리게 한다. 주위를 강력하게 환기시키는 대중적 주제를 끌어올린 후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 판을 바꾸는 방식이 고이즈미 전 총리 전법의 판박이였기 때문이다.

도지사에 도전할 당시에는 2020년 개최하는 도쿄올림픽 예산을 문제 삼았다. 초반엔 7300억엔 정도라고 했던 올림픽 경비가 현재 2조~3조엔으로 추산된다는 걸 납득할수 없다는 주장이다. 투명하지 못한 도의회를 '블랙박스 행정'이라 비난하며 행정 투명화를 요구해 여론을 등에 업고 도지사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가 출석한 도쿄도의회 회의는 매일같이 주요 방송사들이 생중계해 '고이케 극장'이라 불렸다.

언론의 파괴력을 실감한 고이케는 지난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회담에서도 이를 적극 이용했다. 비공개가 관행이었던 IOC 관계자와의 회담은 전 과정을 취재진이 지켜보도록 해 주가를 높였다.

도쿄의 부엌이라 불렸던 쓰키지 어시장(魚市場)도 고이케가 쥐고 흔든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취임한 후 쓰키지 어시장 이전 대상부지의 환경오염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전임 지사 시절 일부 조사가 누락됐음을 물고늘어졌다. 조사 결과 벤젠·비소 등의 유해물질이 있다는 결과를 이끌어 내 이전 직전에 제동을 걸어 도민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도의회 선거 한달 전에는 도요스와 쓰키지를 양립시켜야 한다는 명분하에 다시 전격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승부수를 던져 도의회 선거에서 세력을 확대하는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했다. 일각에선 그를 전형적인 보수극우 포퓰리스트라고 폄하한다. 그래도 그가 차별화된 까닭은 흥행 뒤에 성과가, 성과 뒤에는 대중들의 좋은 평가가 뒤따랐다는 것이다.
정치는 포퓰리즘만으로 오래가지 못한다. 파격적인 정치실험 뒤에 참여와 호평이 뒤따른다면 단지 포퓰리스트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이케 지사를 인기몰이식 정치인으로만 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ksh@fnnews.com 김성환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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